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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잡료 확대 안된다(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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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잡료 확대 안된다(사설)

입력
1996.11.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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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잡통행료징수 첫날 남산1호터널은 통행차량이 31.4%, 3호터널은 27.3%가 줄어 차량통행이 한결 수월했다는 보도다.하지만 1∼3호터널과 가까운 남산순환도로·한강로·이태원길·장충단길 등 우회도로는 통행료를 피해온 차량이 10∼30%가량 증가해 평소보다 지체가 심했다고 한다. 특히 터널진입 및 진출로와 우회도로가 만나는 도로는 정체현상이 훨씬 심해졌다. 그래서 터널을 빨리 빠져 나온 차량들도 별 수 없이 정체에 걸릴 수 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물론 우리 교통 사상 처음으로 시행되는 도심혼잡 통행료징수제의 효과를 하루나 이틀 시행해 본 결과를 놓고 성패를 논하는 것부터가 적절한 일이라고 할 수는 없다. 그래서 우리는 「아주 성공적이다」는 서울시당국의 판단이 얼마나 성급하고도 행정편의적 해석인가를 지적하게 된다.

통행료 2,000원은 결코 싼 것이 아니다. 부담이 주는 충격효과만큼 통행차량이 당분간 주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결과라고 보게 되는 것이다. 문제는 감소한 차량이 어디로 갔으며 그것이 지속적인 운행자제로 연결될 것이냐는 데 있다.

통행료를 내기 싫은 홀로 타는 자가용승용차는 과연 어디로 간 것일까. 그 차량들이 이 제도 도입취지대로라면 운행을 않고 집에 있어야 한다. 우회도로에 차량이 증가했다는 사실은 터널로 다녔던 홀로 승용차가 터널을 피해 우회도로로 옮겨왔다는 것을 말해 주고 있는 것이다.

이런 추세가 계속된다면 혼잡통행료 징수제는 서울시의 돈주머니를 두둑하게 하는 데 기여할 수는 있을 것이다. 그러나 나홀로 타는 자가용승용차의 운행을 억제시켜 교통혼잡을 완화해 보려는 제도도입 취지와는 먼 제도가 될는지도 모른다.

시행 첫날 지하철 2호선 승객이 3.8%가량 늘어났으며, 버스의 승객도 약간 늘어 자가용을 타고 출·퇴근하던 사람들이 대중교통 수단으로 옮겨왔다는 징후가 미미하나마 나타났다는 것은 반가운 현상이다.

그러나 1∼3호 터널을 통행한 차량중 3인 이상 탄 통행료 면제자가용차가 10%밖에 안됐으며 통행료 2,000원을 내고 지나간 차량중에는 전용운전사가 운전하는 대형 승용차와 외제고급승용차가 많았다는 것은 이 제도의 정착에 역행하는 지극히 실망스러운 현상이다. 혼잡통행료 징수로 남산 1∼3호 터널이 「부자들의 길」로 변모한다면 위화감의 요인이 될 수도 있다.

홀로 타는 승용차의 운행을 자제케 해 이들을 대중교통수단으로 흡수시킴으로써 교통혼잡을 감소하기 위한 것이 혼잡통행료 징수제의 목적이라면 그들이 갈아탈 수 있는 대중교통수단의 확보가 가장 시급하다. 서울시는 성급하게 이 제도의 확대실시만을 말하기 앞서 2·3기 지하철의 차질없는 건설과 편리하고 타기 편한 버스노선부터 개선해야 한다. 또 혼잡통행료 징수제의 효과와 문제도 행정편의 위주가 아닌 시민입장에서 냉철하게 분석해 보완책도 마련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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