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복수노조는 절대로 안된다”/노동계선 “개악 저지 고강도 투쟁”정부의 노동관계법 개정안 마련을 앞두고 재계와 노동계의 힘겨루기가 본격화하고 있어 노동법 개정 작업이 순탄치 않을 전망이다.
지난 6개월간 노동법 개정 문제를 논의해온 노사관계개혁위원회는 12일 논의결과를 김영삼 대통령에게 보고했으며 이에따라 정부는 노사관계개혁추진위와 실무추진위를 구성, 본격적인 법 개정안 마련작업에 들어갔다.
현재의 분위기로는 노조의 정치활동 허용 등 노개위에서 합의한 사항은 그대로 수용하고 복수노조 등 미합의 쟁점들은 공익위원안을 기초로 다소 손질이 가미돼 정부안이 마련될 것이라는 게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그러나 재계가 이날 어떠한 형태의 복수노조 허용에도 절대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히고 노동계도 노동법 개악 저지를 위한 투쟁계획을 밝히는 등 벌써부터 첨예한 대립양상을 보이고 있다.
전경련은 『일부 과격 노동운동세력이 존재하고 있고 법적용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노사현장의 현실에 비춰 어떠한 복수노조와 3자개입허용에도 절대반대한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전경련은 열세에 있는 사용자의 교섭력 회복과 국제기준보다 높지 않은 근로조건을 정부안에 반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한국노총은 이날 개최한 긴급 전국산별대표자회의에서 10만규모의 대중집회, 정치투쟁, 총파업돌입 등 강도높은 투쟁계획을 마련, 정부안 단독 추진에 반발하고 나섰다. 노총은 『정부와 집권당의 반노동자적 처사를 묵과할 수 없다. 지난 50년간 지켜온 노총의 운동이념을 전면 수정할 때가 됐다』면서 투쟁노선을 강화키로 했다고 밝혔다.
노개위 공익위원안에 내심 공감하면서 연내 노동법개정에 비교적 긍정적이었던 민주노총측도 『공익위원안에서 후퇴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면서 정부와 청와대 항의방문, 항의집회 등 투쟁계획을 마련해 놓고 있다.
여기에다 진념 노동부장관이 11일 『공익위원 수정안이 노동계쪽으로 기울어진 점이 있다』며 공익위원안을 상당부분 수정한 정부안을 마련할 것임을 시사함에 따라 이에 대한 노동계의 반발도 예상된다.
주요 쟁점에 대해서는 정부부처내에서도 다소 의견차이가 있어 논란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복수노조의 경우만 해도 노동부는 국제기준과 노동계의 현실을 고려, 인정할 수 밖에 없다는 입장인데 반해 일부 경제부처는 재계와 마찬가지로 복수노조를 반대하고 있다.
또 제3자 개입금지, 교사의 단결권등도 관계부처가 반대하거나 거부감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같은 논란에도 불구하고 정부안은 당초 일정대로 내달초까지 모습을 드러낼 전망이다. 노동법 개정 자체에 대해서는 정부부처내에 공감대가 이루어져 있는데다 김대통령이 연내 노동법 개정 방침을 굳혔기 때문이다.
그러나 내달초 정부안이 국회에 상정된 후 통과될지 여부는 아직 불투명하다는 게 대체적인 관측이다. 노사합의를 요구해온 신한국당은 최근 연내 개정 쪽으로 방향을 선회했지만 야당의 입장은 불분명하다.
노동법 개정문제를 잘못 다룰 경우 노동계와 경영계 양쪽으로부터 모두 지지를 끌어낼 수 없기 때문이다. 국회상정이 가까워지면 재계와 노동계의 힘겨루기는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남경욱 기자>남경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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