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콩코르드 광장∼개선문 2㎞대로/엘리제궁·그랑팔레 등 명소 한눈에『나는 거리를 어슬렁 어슬렁 걸었네. 낯선 사람에게도 마음을 열고. 누구라도 좋으니 봉주르라고 하고 싶었네… 샹젤리제에는 햇빛이 비치거나, 비가 오거나, 낮이나 밤이나, 바라는 것은 무엇이건 다 있다네…』
1960년 조 대생이 불러 크게 히트한 「오 샹젤리제」(Aux Champs-Elysees)의 경쾌한 리듬을 떠올리며 늦가을의 샹젤리제를 걸어본다.
프랑스 시인 보들레르는 『파리는 모든 추한 것 까지도 아름답게 만든다』고 했다. 그렇다면 샹젤리제는? 파리의 심장 샹젤리제는 모든 미움까지 사랑으로 만드는게 아닐까.
늦가을의 파리는 잿빛 장막처럼 하늘을 덮은 구름과, 회색의 대리석 건물들로 우울하다. 그러나 이런 날 샹젤리제에 나가면 기분이 한결 나아진다. 샹젤리제는 웬지 사람을 들뜨게 하는 묘한 분위기를 연출한다.
고상함과 속물적인 것들, 예술과 상업, 문화와 인공이 다양하게 절제된 조화를 이뤄 무겁지도 천박하지도 않다. 월츠의 선율 같은 것이라고 할까.
동서로 2㎞에 걸쳐 활주로처럼 쭉 뻗어있는 샹젤리제는 동쪽 끝인 콩코르드광장에서 서쪽 끝인 개선문을 바라보며 걷는 것이 오르막이긴 해도 역시 좋다. 툭 터진 대로의 한 가운데 멀리 신기루처럼 느껴지던 개선문이 점차 뚜렷이 다가오는 원근감이 좋다.
콩코르드광장 쪽의 샹젤리제는 벌써 겨울빛이 완연하다. 달포 전만 해도 무성한 초록이 하늘을 가렸던 가로 양편에 늘어선 큰 마로니에는 이제 속살을 드러냈다. 어깨를 부딪치던 관광객들은 썰물 같이 빠져 나갔다. 낙엽이 뒹구는 가로공원의 벤치는 연인과 노부부 등 파리지앵의 자리로 돌아왔다.
양쪽의 가로공원이 끝나는 곳은 「그랑 팔레(Grand Palais)」이다. 피카소의 초상화 작품 150여점을 모은 전시회가 열리고 있다. 벌써 개막한 지 한달이 되어가고 내년 1월까지 계속되는데도 관람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다. 길 건너 「프티 팔레(Petit Palais)」와 함께 1900년 세계박람회 개최를 기념해 지은 「그랑 팔레」는 아르데코 건축양식의 독특한 분위기. 르네상스의 미술 조각품 등을 소장하고 있는 이 건물이 있어 샹젤리제는 더욱 빛이 난다.
거리의 군밤 장수한테 군밤 한봉지를 10프랑(1,500원)에 사고 시라크 대통령이 사는 엘리제궁을 오른 편으로 바라보고 걸으면 유명한 로터리인 「롱 푸앵(Rond Point)」이다.
「롱 푸앵」에서부터 개선문까지는 풍경이 달라진다. 콩코르드광장 쪽의 한적한 공원 분위기에서 활력이 넘치는 분위기로 극적인 반전이 이뤄지는 것이다. 화려하게 쇼윈도우를 장식한 유명 브랜드의 부띠끄(상점)와 카페, 영화관 등이 즐비하게 이어진다. 르노와 푸조, 벤츠 등 자동차 전시장, 은행, 환전소, 여행사들이 들어선 7∼8층 석조건물들이 어깨를 맞대고 있다.
「조지 5세 대로」로 접어드는 길목에 있는 카페 「푸케」는 관광객들로 만원이다. 레마르크의 소설 「개선문」의 무대가 된 이 카페에서는 재수 좋으면 영화에서나 보는 세계적 스타들을 만날 수 있다. 길건너 편 카바레 「리도」앞에는 언제나처럼 일본인과 한국인 관광객들이 타고 온 전세버스가 대로 한 켠을 차지하고 있다. 리도는 헐리우드 식이라는 비판이 있긴 하나 「크레이지 호스」 「물랭 루주」와 함께 프랑스 쇼의 자존심으로 불이 꺼지는 날이 없다. 샹젤리제 기행의 종점은 12개 방향의 방사선 도로가 뻗은 「샤를르 드 골 에투알 광장」. 한 가운데 서 있는 개선문에서 동쪽으로는 콩코르드 광장의 오벨리스크탑이, 서쪽으로는 파리 외곽 라데팡스 지역에 우뚝 솟은 제2개선문 「그랑 다르쉬」가 나지막하게 아른거린다.<파리=송태권 특파원>파리=송태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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