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비인원 늘리고 첨단감시망 구축 서둘러/본보 피해실상 보도 계기 보안 관심 증폭「보안이 기업의 생사를 좌우한다」
기업의 첨단기술정보가 잇따라 유출돼 피해가 확산되고 국제산업스파이들이 우리나라를 주요 타깃을 삼고 있다는 사실(본보 11월5일자 네오포커스 19∼21면 보도)이 알려지면서 국내기업들의 「산업방범망」에 초비상이 걸렸다.
하루가 다르게 신기술이 쏟아져 나오는 전자업계는 물론 자동차 건설 중공업 관련업체들은 「007」영화를 방불케 하는 보안시스템을 가동하고 주요시설에는 아예 외부인 출입을 금지하는 등 「산업스파이와의 전쟁」에 나서고 있다. 신제품 정보나 회사기밀이 담긴 1장의 메모지라도 유출될 경우 경쟁업체에 역이용 당해 막대한 피해를 보는 것은 물론 회사의 존립도 위태롭기 때문이다.
대우자동차는 최근 심혈을 기울여 독자 개발한 「라노스」를 출시하기도 전에 외형이 언론에 노출돼 혼쭐이 났다. 대우는 부랴부랴 경비인원을 늘리고 출입ID카드를 만들어 보안을 강화했지만 신차 출시전에 경쟁업체가 이를 역이용해 김을 빼지 않을까 노심초사했다는 후문이다. 이 사건으로 보안의 필요성을 절감한 대우자동차는 서울 당산동의 디자인연구소 「디자인포럼」에 외부인의 접근을 완전 금지해 임원들도 방문하려면 사전승인을 받도록 했다. 대우 관계자는 『디자인포럼에 출입이 자유로운 사람은 김태구 회장 뿐』이라고 철벽보안을 강조했다.
현대자동차는 울산공장과 경기 남양연구소의 디자인연구요원은 같은 연구소에서 일하더라도 다른 분야의 사무실에 출입하지 못하도록 할 정도다.
자동차업계에서는 주행테스트때 우레탄섬유 등을 덧씌워 차모양을 바꾸는 방식은 이제 기본이며, 현대자동차 등은 항공촬영 등에 대비해 주행테스트장 곳곳에 「비상대피소」도 만들 계획이다.
전자업계의 산업스파이와의 전쟁은 더욱 치열하다.
삼성전자는 사무실 입구마다 카드키장치를 설치, 사원전자카드가 없으면 사무실에 아예 들어가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 사무실내 각 컴퓨터에는 사원의 고유번호(ID)는 물론 비밀번호를 입력하지 않으면 작동하지 않는 시건장치를 설치, 사용을 제한하고 있다.
현대전자는 최근 보안에 비상이 걸리면서 반도체연구소 소프트웨어연구소 등 중요시설의 출입구에 카드키장치를 설치한 것은 물론 디스켓을 무단으로 반출할 경우 디스켓의 내용이 자동삭제되는 최첨단장비까지 설치했다.
LG전자는 신제품을 기획하는 상품기획팀 마케팅팀은 2∼3개월마다 팀원들의 컴퓨터 비밀번호를 교체, 첨단정보의 누출을 막고 있고 LG반도체는 서울 우면동연구소 등 각 사업장에 총무과 산하에 보안담당관을 별도로 두어 기밀유지를 관리하고 있다.
건설시장 전면개방을 눈앞에 두고 있는 건설업계도 보안유지에 부심하고 있다. 공사수주와 사업추진에 필요한 입찰예정가격, 설계도면 등은 기업의 생명과도 같기 때문이다. 이를 반영, 서울 계동 현대그룹 사옥의 지하 1·2층, 지상 4∼6층을 사무실로 쓰고 있는 현대건설의 경우 최근 팀별로 칸막이를 설치해 팀원 이외의 인력이 진입하는 것을 통제하기 시작했다.
삼성물산 건설부문도 직원마다 4∼8자리의 비밀번호를 부여하고 본인이 컴퓨터를 열때만 작동되도록 하고 있으며, 「해킹」 등을 막기 위해 컴퓨터에 입력되지 않는 문서의 범위를 늘려 주요문서는 문서로 보관할 계획이다.<박정규·선연규·황유석 기자>박정규·선연규·황유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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