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숱한 문단중추 배출 ‘한국일보 신춘문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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숱한 문단중추 배출 ‘한국일보 신춘문예’

입력
1996.11.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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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가 문학의 바다로 가는 길”/오상원·최인호·홍성원·김종철 등/41년간 240여명 등단 최고 권위신춘문예의 시즌이 돌아와 작가지망생들의 마음이 설레고 있다. 동인지 문예전문지 등으로 신인 작가의 데뷔기회가 크게 넓어지긴 했지만 신춘문예는 치열한 경쟁, 엄정한 심사, 등단의 화려함 등 여타 매체가 흉내낼 수 없는 강한 매력으로 여전히 가장 높은 권위를 과시하고 있다.

한국일보 창간 이듬해인 55년부터 시작된 한국일보 신춘문예는 수많은 문학인을 길러내며 문단의 최고 등용문임을 자부해왔다. 시인 58명, 소설가 46명 등 41년간 배출한 240여명의 작가들이 한국문단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첫회 단편소설부문에는 오상원씨의 「유예」가 당선됐다. 「유예」는 전후 상실감에 젖어있던 젊은이들의 방황을 날카롭게 표현한 작품으로 당시 수많은 아류작을 낳았다. 이듬해에 뽑힌 하근찬씨의 「수난이대」는 국어 교과서에 실리기도 했다. 63년에는 인기작가 최인호씨가 「벽구멍으로」라는 작품으로 당선작없는 가작을 수상하면서 화려하게 문단에 데뷔, 70년대 베스트셀러시대를 예고했다. 당시 심사위원들은 작품성이 뛰어나지만 최씨가 고교생신분이어서 가작으로 격려했다. 64년 「빙점지대」로 등단한 홍성원씨, 68년 「회색 면류관의 계절」로 당선된 윤흥길씨 등도 현재 인기작가로 각광받고 있다. 시인으로 출발했던 윤후명씨는 79년 「산역」을 통해 소설가로 변신했다.

시부문에서는 62년 박리도씨가 「황제와 나」로, 64년에 이근배씨가 「북위선」으로, 68년에는 김종철씨가 「재봉」으로 각각 당선돼 문단의 중진으로 활동하고 있다. 지금은 공모에서 제외됐지만 수필부문에서도 많은 인재를 배출했다. 아동문학가 이오덕씨는 71년 「포플러」로, 수필가 윤모촌씨는 79년 「오음실주인」으로 데뷔했다.

89년에는 지난해 김수영문학상을 받은 시인 김기택씨가 「꼽추」와 「가뭄」으로 당선됐고, 94년 김재찬씨가 뇌성마비 장애를 극복하고 「사막의 꿈」으로 소설부문에 뽑혀 화제가 됐다. 해가 갈수록 한국일보 신춘문예에 대한 관심과 권위가 커지면서 고료도 크게 올랐다. 초창기 단편소설 10만원, 시 1만원하던 고료를 현재(단편소설 300만원, 시 200만원)와 비교하면 격세지감이 있다. 신춘문예를 통해 등단하려는 문학지망생들에게 선배 문인들과 문학평론가들은 우선 문학적으로 충실할 것을 조언한다. 문장의 기본, 참신함, 구성의 짜임새 등을 갖추라는 뜻이다. 희곡의 경우에는 무대라는 희곡 실연의 공간과 동작의 연결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특히 공모작품이 워낙 많기 때문에 심사위원의 눈길을 끄는 것이 중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되풀이되는 주제나 소재, 특징없는 등장인물, 늘어지는 구성, 문법·어법에 어긋나는 문장으로는 당선권진입조차 기대하기 힘들다.<권오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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