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핵기지들 돈없어 몰락 위기구소련의 비밀 핵기지들이 최근들어 급격한 몰락의 길을 걷고 있다. 구소련 시절 핵무기의 대부분을 개발·생산해온 첼랴빈스크 및 아르자마스주의 핵관련 연구소들이 심각한 운영자금부족 등으로 와해위기를 맞고 있는 것이다.
러시아 핵연구소들의 위기는 첼랴빈스크주 모처에 위치한 첼랴빈스크70(공식명칭 첼랴빈스크 연방핵연구소)의 블라디미르 네차이 소장이 지난달 31일 연구 및 운영자금 부족을 비관, 스스로 목숨을 끊으면서 외부로 알려졌다. 50년대 아르자마스16(공식명칭 아르자마스 핵물리학 연구소)에서 분리, 독자 운영돼 온 첼랴빈스크70은 그간 러시아군이 사용하는 핵탄두의 절반 이상을 생산해 왔다.
그러나 올 6월부터는 여느 연구소와 마찬가지로 연구요원들의 임금까지 지불하지 못할 정도로 자금이 바닥나면서 1만6,000여 직원들간에 파업 분위기가 조성되는 등 위기감이 고조됐다.
이에 따라 네차이 소장은 중앙정부에 자금지원을 거듭 요청하는 등 안간힘을 썼으나 해결전망이 보이지 않고 일부 자금마저 주정부의 중간관리자에 의해 빼돌려지자 낙담, 자살했다.
아르자마스16의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이 연구소는 1949년부터 최근까지 연구, 보관해온 자체 핵무기 실험 보고서 715건을 고작 28만8,000달러만 받고 미 국방부에 넘겨주었다.
미 국방부의 1년 예산이 3,600억달러에 달하고 핵무기 실험에 최소한 수백만달러가 소요된다는 점을 감안할 때 아르자마스16의 행위는 보물지도를 휴지값에 팔아치운 것에 비유된다. 더욱 충격적인 것은 보고서 유출에 알렉산데르 체르느이셰프 부소장을 중심으로 모두 200명의 과학자들이 개입됐다는 사실이다.
이같은 상황에 대해 모스크바 인근 두부나 핵통합연구소의 알렉산데르 발딘 연구원은 『핵연구소 최고위층 관리자나 학자들이 모두 제정신이 아니다』라고 개탄했지만 『굶으면서까지 연구를 할 수는 없지 않느냐』는 동정여론도 만만찮다. 러시아 비밀핵기지의 와해는 러시아가 현재 핵무기보다는 빵이 더 절실한 상황에 와 있다는 점을 실감시킨 사건이라고 할 수 있다.<모스크바=이진희 특파원>모스크바=이진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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