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지식인 42명이 고백한 ‘나의 죽음’「그날을 위해 어떻게 살아 갈까」는 일본의 사회 각계에서 이름난 42명이 죽음과 삶에 대한 생각을 쓴 글을 모은 책이다. 이들의 직업은 작가 교수 종교사상가 학자 극작가 배우 사장 회장 의사 평론가 화가 등 여러 가지이고, 나이는 지금 살아있다면 102세부터 60세까지인데 글을 쓴 때는 7년쯤 전으로 적혀 있다. 나는 벌써 일흔이 넘었는데도 워낙 앞을 내다볼 줄 모르고 그날그날 어린애처럼 살아왔기에 죽음에 대한 준비를 하지 못했다. 그래서 남들은 죽음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알고 싶어서 이 책을 읽었다. 그런데 죽음에 대한 생각이 사람에 따라 참 많이 다르구나 하는 것을 느꼈고, 한편으로는 어쩌면 이렇게 똑같은 마음일까 하고 놀라기도 했다.
죽음을 사람마다 달리 생각하는 경우는 이렇다. 어떤 사람은 죽음을 무슨 꿈을 꾸는 것처럼 아름답게 상상했다. 또 어떤 사람은 죽음이란 죽어봐야 아는 것이니 살아서 그걸 생각할 필요도 없다, 그저 열심히 사는 것뿐이라고 했다. 죽음을 농담같이 재미있게 얘기한 사람도 있는데, 그 농담 속에 진담이 들어 있었다. 살고 죽고 하는 것이 모두 운명으로 정해져 있다고 보는 사람이 있고, 저세상이 있다고 믿어야 죽음을 즐겁게 맞이할 수 있다는 사람도 있었다. 연극을 연출하듯이 죽음을 연출한 사람을 지켜보고 나도 저렇게 죽음을 연출해야 되겠구나 하고 생각한 사람도 있었다.
그런데 모든 사람의 생각이 같은 점은 이렇다. 첫째, 죽을 때는 병상에 오래 누워서 둘레 사람들을 괴롭히고 싶지 않다는 것인데, 더구나 치매란 병에 걸리면 큰일이라고 걱정한다. 그래서 여기에 대한 준비를 한다고 했다. 둘째는 죽음을 제대로 맞아들이기 위해 살아 있는 동안 자기가 하고 있는 일에 정성을 다하고 싶다는 것이다.
세번째로는, 이 책에 글을 쓴 42명이 모두 2차대전, 곧 일본이 일으킨 침략전쟁이 한창 벌어지고 있을 때 사회인으로, 군인으로, 학생으로 그 참담한 체험을 한 사람들이다. 거의 모두 그 전쟁체험과 죽음에 관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 그런데 모두가 똑같이 그때는 죽음이 조금도 두렵지 않았다고 했다. 이것은 나와 같은 식민지청년이 겪은 전쟁과 죽음에 대한 체험과는 아주 다른 것으로, 일본의 군국주의를 어디서부터 청산해야 할 것인지를 생각하게 만들었다.<이오덕 아동문학가>이오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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