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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가 김점선(내 아이 이렇게 키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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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가 김점선(내 아이 이렇게 키운다)

입력
1996.11.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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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아때부터 ‘사람’대접… 해선 안될 일 가르쳐나는 태교를 하지 않았다. 내가 느끼는 걸 여과없이 그대로 느끼라고 말하면서 거리낌없이 화도 내고 싸우기도 하고 기뻐하기도 했다. 무엇이든 사실 그대로를 보는 것이 제일 좋다고 생각했다.

무엇보다도 내 자신이 화내고 싸우는 일에 대해서, 슬퍼하는 일에 대해서도 부끄러움이 없었기 때문이다. 음식도 되는대로 먹었다. 아이가 태어난 후에도 달라진게 없었다.

채 몸을 가누지 못하는 어린 때에도 베개 방석 이불 따위를 이용해서 안락의자에 앉혀놓고 함께 미식축구를 보았다. 도대체 무얼 느끼는지 얼굴에는 많은 표정변화가 있었다. 나는 텔레비젼 화면과 아이의 얼굴을 번갈아 보면서 즐거워했다.

아이에게 「맘마」 「찌찌」같은 유아어를 쓰지 않았다. 그냥 사람으로서 대했다. 어차피 완성된 언어를 배워야만 하니까 애초부터 제대로 된 말을 넣어주기로 했다.

세상에는 해서는 안되는 일이, 절대로 안되는 일이 몇가지 있다는 걸 수없이 되풀이해서 설명해 주었다.

채 두살이 되기 전부터 매우 엄격한 생활을 했다. 우유를 유리컵에 부어주고 먹으라고 했다. 쏟았다. 다시 부어주고 컵 쥐는 법을 가르쳐 주었다. 또 쏟았다. 다시 부어주었다. 내눈을 빤히 보면서 쏟았다. 최초의 반항처럼 느껴졌다. 다시 쏟으면 아프게 때린다고 말하면서 다시 부어주었다. 내눈을 보면서 다시 쏟았다. 엉덩이를 손바닥으로 때리고는 다시 우유를 부었다. 매를 맞고도 또 쏟았다. 그래도 나는 똑같은 말을 되풀이 하면서 다시 우유를 부었다. 열번도 넘게 엉덩이를 맞은 후에 우유를 컵으로 마셨다. 그래도 한번도 울지 않고 내눈을 바라보았다. 세상에는 지켜야 할 규칙이 있다고 말했다. 지키지 않으면 내가 아니라 다른 사람들이 너에게 벌을 준다고, 사형제도를 자세히 설명해 주었다.

세상에 태어나서 맨 먼저 할 일은 절대로 하지 않아야 할 일을 안 할 수 있게 습관들이는 일이라고 나는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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