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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혹 유감/한기봉 특별취재2부 차장(앞과 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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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혹 유감/한기봉 특별취재2부 차장(앞과 뒤)

입력
1996.11.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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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올해 불혹이다.불혹은 외롭다. 불혹은 유혹이다. 공자시절에는 마흔이면 충분히 살았기에 세상사에 혹하지 아니하였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오늘날 대한민국의 「불혹세대」는 그렇지 않다. 아버지로, 남편으로, 가장으로, 그리고 자식으로서, 또 직장인으로서 할 일이 태산 같다. 가정과 사회와 직장은 불혹의 나이를 끝없이 유혹한다. 출세하고, 돈 잘 벌고, 가정과 가족을 행복하게 꾸려 나가라고 외친다.

지친다. 1인 5역에 지치는 나이가 불혹인가 보다. 그러나 쓰러지면 안된다. 아이들은 커가고 승진은 해야 하고 아파트도 넓혀야 하니까.

하지만 쉬고 싶다. 눈을 감고 어디엔가 지친 심신을 편안히 기대고 싶다.

그러나 쉴 곳이 없다. 기댈 곳도 없다. 그래서 대한민국의 「불혹」은 외로운 나이이다. 문화적으로는 더욱 외롭다. TV를 틀어도, 라디오 FM을 돌려봐도, 주위를 둘러봐도, 신세대의 댄스음악과 스타DJ들의 수다, 10대와 20대를 겨냥한 문화상품 뿐이다.

우리의 30대와 40대는 한 잔 술에 거나한 아버지의 「눈물젖은 두만강」을 한 귀로 들으며 비틀스로부터 문화에 눈을 떴다. 송창식의 통기타에서, 「사람의 아들」과 「별들의 고향」에서 인생과 사랑에 눈을 떴다. 얼터너티브 록도, 랩도, 재즈도 잘 모른다. 이들의 유년기와 청년기는 대체로 문화적으로 빈곤했다. 문화를 살 돈도, 시간도 풍족하지 못했다.

그러나 이제 아버지 세대의 가난을 어느 정도 씻어낸 이 세대는 문화가 그립다. 향유하고 싶다. 문화 속에서 쉬고 기대고 싶다. 이들에게는 1회성이 아닌 품격 있는 문화를 소비할 물질적 능력과 정신적 욕구가 있다.

한국일보는 이 계층을 「네오클래식 세대」라고 규정했다. 문화의 대범람 속에서 자신의 문화적 정체성을 찾고 싶은 세대다. 이 계층은 클래식만도, 재즈만도 아닌 「신고전주의 세대」다. 「불혹」을 외롭지 않게 하자. 우리의 네오클래식 세대는 문화에 갈증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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