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12 및 5·18사건 항소심재판은 증인출석을 거부한 최규하 전 대통령 문제에 대한 과태료 10만원부과로 결말이 나는 것 같더니 11일 재판부(재판장 권성 부장판사)의 강제구인 결정으로 새 국면을 맞게 됐다. 이 결정에 접한 우리의 심사는 착잡하다. 무엇보다 사법부의 간곡한 출석요구를 묵살하다가 끝내 전직대통령이 강제로 법정에 끌려나가는 상황이 된 그 모양새가 민망스럽다.재판부는 불출석사유의 정당성을 인정할 수 없고, 다른 증인들과의 형평성 문제도 있으며, 최씨가 측근인사를 통해 밝혔다는 이 사건 성격에 대한 생각의 일단을 확인해야겠다는 것 등을 강제구인의 이유로 들었다. 우리는 세번째 이유에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최씨의 대리인 이기창 변호사는 최근 몇몇 신문들과 만나 「최씨가 80년 상황을 내란으로 인식하지 않는다」는 요지의 발언을 한 것으로 보도됐었다. 재판부는 대리인이기는 하지만 이변호사가 민감한 시기에 그런 말을 한 것은 본인의 의사와 무관하지 않다고 판단, 직접 들어 보자고 생각한 것같다. 한 관련 피고인의 측근이 증언을 해달라고 요청했을 때도 「생각」을 밝혔었다는 보도가 있었다.
그렇다면 재판부가 강제구인명령서에서 분명히 했듯이 최소한 재판과정에서 그런 말을 한 일이 있는지 여부는 밝혀야겠다는 이번 결정을 이해할 수 있다. 구인명령에 앞서 재판부가 모양새를 좋게 하려고 여러 각도로 노력한 것도 우리는 기억한다. 11일 재판에 출석하라는 3차소환장을 보내면서 재판부는 강제구인이라는 마지막 수단을 피하기 위해 12일 상오 10시 최씨가 원하는 시간과 장소에서 신문할 수도 있다는 마지막 타협안을 제시했지만 거부당했다.
88년 국회 광주특위의 증언요구를 거부한 이래 최씨는 8년동안 일체의 공식·비공식 증언을 거부해 왔다. 「내란방조자」라는 등의 갖가지 모욕적 비난을 감수하면서 고집스레 증언을 거부해 온 그의 태도로 보아 강제구인을 당하더라도 그가 법정에서 입을 열기를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같다. 이미 함구하겠다는 의사도 밝혔다. 강제로 말을 물가로 끌고갈 수는 있어도 물을 먹일 수는 없다는 우화를 떠올리는 사태다.
그렇다면 전직대통령의 강제구인이라는 전례 없는 강경조치가 얻을 것이 무엇인가도 생각해보아야 한다. 민망스런 사태는 피해야 한다.
아직 시간은 있다. 최씨가 대통령 재직시의 일로 증언대에 설 수 없다고 판단했던 것을 인정하더라도 강제구인이란 불가피한 상황이 전개된 만큼 지금이라도 자진출두하는 형식을 취한다면 재판부도 훨씬 모양새 좋게 이 증언을 마무리할 수 있으리라 믿는다. 그것이 우리의 마지막 기대며 권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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