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전옥답은 헐값이고 내팽개쳐두었던 자갈밭은 금값이다. 그래서 농민들 사이에서는 기름진 옥토는 애물단지고 황폐한 자갈밭은 굴러들어온 호박이라고 한다. 비옥한 농토는 이른바 절대농지로 묶여 땅값이 수십년동안 제자리걸음을 하다시피했고 농사짓기 어려운 박토는 상대농지로 분류돼 지목변경이 용이한 탓에 값이 엄청나게 올랐다. 지금도 농업진흥지역은 평당 가격이 기껏해야 수만원 수준이고 준농림지는 수십 수백만원을 호가하는 곳이 많다. 그러나 상대농지나 준농림지가 오른 것은 다른 땅에 비하면 또 아무 것도 아니다. 상업지는 말할 것도 없고 대지나 공장용지 잡종지나 묘지에 이르기까지 농자가 붙지 않은 모든 땅은 지난 수십년 동안 폭등에 폭등을 거듭했다.같은 땅을 갖고 있는 지주들 중에서 다른 사람들은 다 돈을 벌어 졸부도 되고 진짜 부자도 됐는데 오로지 농토를 갖고 있는 농민들만 개발과 투기의 이득을 보지 못한 것이다.
땅값 뿐 아니라 다른 면에서도 농민들은 계속 손해만 봐왔다. 주생산품인 쌀의 경우 물가안정의 명분에 눌려 줄기찬 통제를 받아왔고 마늘이나 고추 소 돼지 등 농축산물 값이 오르면 금방 통제가 들어오고 수입품을 풀어 작물로 돈을 번다는게 쉽지 않은 일이었다. 정부가 올해 처음으로 농업인의 날을 만들어 11일 그 첫번째 행사를 가진 것은 이처럼 개발연대 30년의 가장 큰 희생자였던 농민들을 위로하고 국가적 차원에서 격려를 해주자는데 그 취지가 있을 것이다.
그러나 농민들에게 진짜 필요한 것은 토지나 작물에 대한 차별을 해소시키는 구조적인 대책이다. 한번의 행사로 위로나 해주자는 발상으로는 농업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논설위원실에서>논설위원실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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