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부 “진실규명에 예외없다” 의지/측근 통해 「핵심」 언급 불쾌감도 작용12·12 및 5·18사건 항소심 재판부가 11일 최규하 전 대통령의 강제구인을 결정함에 따라 14일 전직대통령 3명이 법정이 나란히 서게 됐다.
재판부의 구인결정은 이 사건의 실체적 진실을 규명하기 위해서는 전직 대통령이라도 법집행에 있어서는 예외일 수 없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재판부는 이에 따라 3차례의 증인소환장과 사신·임의출석등으로 최 전대통령을 설득해왔다. 그러나 최 전대통령은 「구인감수 증언거부」의사를 굽히지 않았다. 때문에 재판부는 구인의 실효성을 고려, 사법적 제재의 성격을 띨 수 있는 구인은 가급적 피한다는 방침을 밝히기도 했다.
재판부는 이같은 입장을 바꾼 배경에 대해 먼저 최 전대통령의 불참이유가 정당하지 못하다고 강조했다. 재판부는 최 전대통령의 불출석을 방치한다면 이번 사건과 관련해 참고인 또는 증인으로 출석한 사람들이 재판에 협력한 것을 후회하게 만드는 사태 등 부작용이 야기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최 전대통령이 측근을 통해 흘려온 이번 사건에 대한 법정외 발언도 작용했다. 최 전대통령의 법률고문 이기창 변호사는 「12·12는 반란이다」 「80년 상황은 내란이 아니다」는 등 이번 사건 핵심부분을 언급해왔으며 이번 재판의 법적 하자까지 제기했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있을 수 없는 일」로 강한 불쾌감을 표시하고 있다. 국익을 위해 증언하지 않겠다던 그동안의 불참사유와 상치된다는 것이다.
특히 사실심의 최종심으로서 사실판단을 마무리해야 하는 재판부로서는 최 전대통령의 증언여부는 차치하더라도 그를 법정에 세우려는 노력까지 도외시 할 수는 없는 처지다.
이번 재판은 전두환·노태우씨 등 16명 피고인들에게 대한 처벌보다는 「역사바로세우기」를 위한 80년 상황의 재조명에 그 의미가 부여돼왔다. 따라서 최 전대통령의 증언이 또다시 무산된다면 항소심의 전체적 평가에 큰 흠집을 남길 수 있다. 재판부로선 이같은 부담을 덜면서 실체적 진실을 밝힐 기회를 갖기 위해 최 전대통령을 일단 법정에 세우기로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지금까지 최 전대통령측의 일관된 입장은 구인하면 응할 수 밖에 없으나 증언은 국익에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에 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이변호사는 『구인한다면 어쩔 수 없지 않느냐』며 구인에 응할 뜻을 시사했다. 그러나 법정에 선 최 전대통령이 심경의 변화를 일으켜 증언을 할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그동안 비공개적인 발언을 통해 자신의 판단을 내비춰왔기 때문이다. 증언이 이뤄진다면 이번 사건의 핵심 쟁점들에 대한 재판단은 물론 당시 신군부 행위의 실체가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기존 입장을 고수, 증언을 거부한다면 최 전대통령은 「내란 방조자」라는 불명예와 함께 거센 여론의 화살을 감수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이태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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