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덜 여문 듯한 몸매며 수줍은 미소.오귀스트 도미니크 앵그르(1780-1867)의 작품 「샘」속의 여성은 아직 십대 후반의 소녀지만 성숙한 여인의 자태를 풍기고 있다.
마치 조각을 보는 듯한 완벽한 데생과 사실감 넘치는 색조는 어린 처녀의 완벽한 곡선미를 넘어 풍부한 양감에서 우러나오는 농염에까지 눈을 돌리게 한다. 평론가들은 「샘」이 매우 은밀한 작품이라는 평가를 내리고 있다. 소녀의 발치에 있는 한송이 꽃은 순결의 상징이며, 물동이에서 떨어지는 물이 점액질처럼 끈끈한 느낌을 주고 있어 「순결과 점액질」이 묘한 에로틱 상상력을 부추기고 있다는 것이다. 「요염하면서도 순진무구한 여학생」이라는 평가가 나오는 것도 이런 분위기 때문이다.
그러나 앵그르가 소녀를 묘사하는데 가장 역점을 둔 부분은 「수태 능력을 가진 모체로서의 여성」이었다. 젊다는 것은 생명력과 연결되고 궁극적으로는 「생산력」으로 귀착된다. 따라서 젊은 여성은 「에로스」의 대상인 동시에 더 근원적으로는 「생산력을 지닌 존재」이다. 제목 「샘」역시 생명의 근원인 「물」을 생산해 내는 원천적 근원이며 여성의 몸으로 따지면 생명을 잉태하는 「자궁」과도 같은 것이다. 결국 「샘」은 풋풋한 여체의 외양적 아름다움을 통해 궁극적으로는 꿈틀거리는 생명의 근원으로서의 「모성성」에 더욱 강한 방점을 찍고 있다.
주목할 것은 여성을 묘사하는 앵그르의 이성적 필치이다. 19세기 중반의 유럽 화단을 양분하고 있던 두개의 미술유파는 「이성」중심의 신고전주의와 「감성」에 무게를 둔 낭만주의 사조였다. 신고전주의자 앵그르는 그리스시대부터 전통이 굳어진 캐논(규범)에 입각한 정확한 데생을 통해 대상을 그려냈다. 비스듬히 누운 여체를 그린 1824년의 작품 「대오달리스크(후궁)」 역시 그의 대표작. 「샘」은 1820년에 시작, 1856년에 완성된 작품으로 세로 163㎝, 가로 80㎝ 크기. 파리 오르세이 미술관에 소장돼있다.<박은주 기자>박은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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