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현의 자유를 보는 사회의 이중잣대 정리해야할 때PC통신은 사적인 공간인가, 공적인 공간인가. PC통신에서 개인의 자유는 어디까지 보호받아야 하는가. 최근 PC통신에서의 발언에 대해 사회의 엇갈린 입장을 보여주는 두가지 사례가 있었다. 지난달 29일, 4·11총선 무렵 「박○○, 꼴깝떨고 있네」라는 제목으로 국민회의의 박모 후보를 비난하는 글을 올린 혐의로 1심에서 벌금 1백만원을 선고받은 김동욱씨(33·은행원)에게 2심에서 무죄가 선고됐다.
2심 재판부는 『후보자의 평소 발언에 대한 개인적인 의견과 주관적인 평가를 밝힌 것에 불과하기 때문』이라고 무죄선고의 이유를 밝혔다. 1심 재판부는 지난 8월 『여러 사람이 보는 컴퓨터 통신을 통해 특정 후보를 비난한 것은 헌법이 보장하는 표현의 자유의 한계를 넘어선 것』이라는 유죄판결을 내렸었다. 두 재판부의 뚜렷한 시각 차이를 볼 수 있다.
두번째 사례. 지난 달 31일 서울경찰청은 「무장공비 이거 조금 황당하다」 「그들이 무장공비일까」라는 글을 PC통신에 올린 윤석진씨(27) 등 2명을 국가보안법 위반혐의로 구속했다. 물론 이전에도 PC통신망의 발언에 대한 법적처벌 사례가 있다. 지난 8월 한총련 사태때 나우누리의 한총련 CUG(폐쇄사용자 그룹)와 ID를 박탈한 것 등이다.
PC통신 속은 아주 특수한 성격의 공간이다. 게시판과 토론장에는 하루에도 수백건의 의견이 올라온다. 넋두리나 장난끼어린 글에서부터 정치 사회 종교 문제 등에 대한 제기까지 그 폭은 사람들이 생각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포함한다. 누구나 손쉽게 하고 싶은 얘기들을 올리고 있다.
채팅이나 CUG, 전자우편 등은 더욱 더 훨씬 개인적인 공간이다. 전화로 나누는 수다, 비밀얘기 같은 것을 PC로 옮겨 놓은 것과 같다. 네티즌들은 하고 싶은 말이 있으면 뭐든 PC통신을 이용하는 것에 이미 익숙해 있다.
그러나 PC통신의 모든 내용들은 기록으로 남아 있고 많은 사람들이 한꺼번에 볼 수 있는 일종의 「언론매체」다. 사적인 공간으로만 볼 수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표현의 자유를 갈망하는 네티즌들은 『친구들과의 대화를 누군가가 감시하고 있다면 아무 이야기도 하지 못할 것』이라며 사적 영역인 PC통신의 고유성을 인정해줄 것을 주장하고 있다.
「PC통신 검열철폐를 위한 시민연대 대표」 김영식씨(29)는 『CUG나 대화방, 토론 내용을 검열하는 것은 통신비밀보호법에 보장된 전화나 편지 등의 통신수단을 감청하는 것과 같다』며 같은 이유로 CUG나 ID를 폐쇄하는 인권침해는 절대 없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정보통신윤리위원회에서는 사회적인 물의를 일으킬 내용에 대해서는 규제를 계속할 방침이다. 규제의 기준은 출판이나 음반 등과 똑같다. 문제의 핵심은 PC통신의 공간을 사적인 것으로 볼 것인가, 공적인 것으로 볼 것인가다. 뉴미디어가 일상생활의 도구로 깊숙히 자리를 잡아감에 따라 「사적이면서 동시에 공적인」이 영역을 바라보는 사회의 시각이 정리되어야 할 때다.<이윤정 기자>이윤정>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