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가 안팔린다구요”/짓기만하면 매진 ‘분양귀재’/탁월한 기획력으로 초고속 승진 거듭「나산이 지으면 100% 분양된다.」
언제부터인가 건설업계에 나도는 말이다. 남들은 미분양 아파트다 뭐다 해서 잔뜩 울상인데, 「분양률 100%」라니 무슨 남모를 비방이라도 있는 걸까. 이런 의문은 나산종합건설(주)의 문주현 개발담당이사(38)를 만나면 풀리게 된다. 업계에선 「분양귀재」혹은 「분양박사」로 통하는 문이사는 최근 몇년간 중견건설업체 나산의 분양실적을 100% 가까이 끌어올린 「신화」의 주인공이다.
94년 36세에 「기업의 별」인 이사로 발탁돼 화제가 되기도 했던 그의 성공비결은 탁월한 기획력과 풍부한 아이디어, 지칠줄 모르고 뛰어다니는 마당발 기질이다. 오피스텔의 인기가 한참 사그라들던 90년초 부동산기획업무를 담당하던 그는 종전의 사무기능 중심에서 벗어난 주거기능위주의 오피스텔을 지어보자는 제안을 냈다. 이 제안으로 나산은 강남 대치동에 「미씨 860」이란 이름의 주거형 오피스텔을 처음 선보였고 사흘만에 분양이 완료되는 대성공을 거두었다. 이후 그가 직접 기획한 「미씨 2000」과 수서지역의 「투루빌ⅠⅡ」 등 신세대형 오피스텔시리즈도 일찌감치 분양이 마감됐고 지난해 기공된 목동의 주상복합아파트 「나산스위트 ⅠⅡⅢⅤ」시리즈 역시 이미 100% 분양을 완료했다.
문이사는 이같은 탁월한 능력 덕분에 초고속승진을 거듭, 회사내에선 「샐러리맨의 우상」으로 남아 있지만, 입사 당시에는 동기중에서 대학도 가장 늦게 나오고 나이도 가장 많은 「늦깍이」였다. 그가 대학(경희대 회계학과)에 입학한 해는 83년. 정상적인 학생보다 5∼6년은 늦은 셈이다.
전남 장흥 태생인 그는 고향에서 관산중학교를 졸업한 뒤 가정형편으로 고교진학을 포기한 채 한창 학업에 열중할 나이에 김·미역양식장에서 막노동을 하며 성장했다. 노동부 산하 광주직업훈련원에 입학, 「쇳독이 몸에 오를 정도로」 열심히 선반기술을 익히기도 했다. 79년에는 공부를 더해야겠다는 일념으로 고등학교 과정 검정고시를 준비, 6개월만에 합격했지만 합격 직후 입대 영장이 날아와 다시 대학진학의 꿈을 늦출 수 밖에 없었다.
제대후 천신만고끝에 대학에 들어간 뒤 87년 2월 29살의 나이로 졸업했을 때는 연령제한 때문에 웬만한 기업에는 입사원서도 제대로 내밀 수 없는 형편이었다. 그가 나산과 인연을 맺게된 것도 바로 이 나이 때문. 당시만 해도 매출액 100억정도의 중소패션업체였던 나산은 연령제한이 없이 대졸사원을 공채, 입사의 기회가 주어졌던 것이다.
숫자에 밝아 회계학을 전공했다는 그는 한번 기억한 숫자는 결코 잊어버리지 않는 컴퓨터 두뇌로 유명하고 「분양의 귀재」가 될 수 있었던 것도 이와 무관치않다는게 본인의 평가.
「건설의 생명은 분양에 달려 있다」고 믿고 있는 그는 요즘에도 공휴일에는 틈만나면 전국을 훑고 다니면서 주요 건물들을 관찰한다. 어느 것은 왜 분양이 안됐고 어느것은 왜 잘됐나를 나름대로 분석하기 위해서다.
그는 『부동산은 얼마나 상품성을 높이느냐가 최대 관건』이라며 『지하 2, 3층의 구석구석 공간까지 어떻게 하면 팔 수 있을까, 소비자가 원하는 것은 무엇일까를 끊임없이 되물어야 한다』고 말했다.<변형섭 기자>변형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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