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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러진 「사할린 영주귀국」(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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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러진 「사할린 영주귀국」(사설)

입력
1996.11.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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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해동 사할린교포서울방문단장이 정부의 무성의로 지연되고 있는 영주귀국 사업의 조기 실현을 호소하며 뛰어다니다 과로로 쓰러져 입원했다. 그의 입원은 비전없는 우리 교민정책의 한 상징이라고 할 것이다. 이들의 영주귀국사업을 지원하기 위해 예산까지 확보해 놓은 일본정부 보기가 민망하다.한일 양국은 94년 8월 사할린 한인 1세들의 영주귀국 시범사업을 펴기로 합의, 이들의 귀국이 눈앞으로 다가온 듯했다. 일본 정부는 한국 정부가 제공하는 부지에 요양소와 아파트를 짓기로 하고 32억2,500만엔의 예산까지 확보해 놓은 데 비해 한국정부는 한심하게도 부지선정조차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2년여를 허송세월하는 동안 귀국을 희망했던 522명중 181명이 망향의 한을 품고 사망했다. 일본 정부를 원망하던 옛날과는 달리 이들은 이젠 우리 정부를 원망하면서 살아가고 있다. 「지방자치단체의 비협조로 부지를 선정하지 못했다」고 책임을 지방에 떠넘기는 당국자의 대답엔 분노마저 느낀다.

정부가 적극적인 의지만 가졌다면 상황이 이 지경에 이르지는 않았을 것이다. 지방자치단체의 협조만을 기다리고 있는 정부의 무성의한 태도가 바뀌지 않는 한 이들의 영주귀국은 기약이 없다. 그동안 이들중 몇 명이나 살아 남아 영주귀국할 수 있을는지 안타깝기만 하다.

사할린교포 1세들은 일제 36년동안 우리 민족이 겪은 수난사 바로 그것이다. 국민은 이들의 영주귀국이 전후처리, 즉 민족의 아픔 치유란 차원에서 관심을 가져왔다. 그동안 이들을 사할린으로 끌고갔고 종전이 되자 한국인이란 이유로 이들에 대한 전후처리를 방기해 버린 일본정부에 이들의 귀국조치를 촉구해 온 것도 바로 이 때문이었다.

지금부터 공사를 시작해도 이들의 귀국은 98년에야 가능하다고 한다. 그래도 한일 양국이 영주귀국사업에 합의한지 4년만이다. 신도시건설도 2∼3년에 끝내 버리는 상황에서 500세대 아파트를 짓는데 4년이 걸리는 사정을 국민은 어떻게 이해해야 할지 답답하기만 하다.

반세기 이상 망향의 한을 품고 살아온 이들의 영주귀국을 정부는 더 이상 무성의로 막을 수 없다. 이들은 전부 여생이 얼마 남지 않은 고령자들이다. 한사람이라도 더 생전에 고국땅을 밟을 수 있도록 정부는 빠른 시일내 부지선정을 끝내고 공사를 서둘러야 한다. 지방자치단체들도 이들이 겪고 있는 아픔은 바로 우리 민족의 아픔이란 점에서 적극적으로 협조해야 한다. 일본정부도 협조하고 있는 상황에서 지방자치단체의 비협조로 이들의 영주귀국길이 막혀서야 말이 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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