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년 경찰생활… 하고싶은 얘기 너무많아『책을 읽고 참으로 오랜만에 소리내어 울었습니다. 잠든 남편의 얼굴을 보며 그간 마음 속에만 있던 감사와 사과의 말을 마음껏 하고 싶었습니다…』
1남1녀를 둔 30대중반의 한 주부가 요즘 최고의 베스트셀러 소설 「아버지」의 작가 김정현씨(39)에게 보내온 편지의 한 구절이다. 「아버지」를 읽고 울었다는 독자들이 많다. 주로 30∼50대 중장년층이다.
암 선고를 받고 죽음을 앞둔 50대 남자의 가족을 향한 눈물겨운 사랑을 그린 이 소설은 확실히 사회적 풍요에 이어 찾아온 부권 상실의 시대에, 우리의 눈물샘을 자극한다.
그런데 김정현이라는 작가가 누구인지 궁금하다. 소위 문단의 등단절차를 거치지 않았지만 김씨는 「아버지」이전에 「함정」「무섬신화」라는 각 3권짜리 장편소설을 냈다. 92년까지 서울시경 강력계 등에서 13년간 근무한 전직 경찰관 출신.
지금도 외모에서 경찰관의 냄새가 물씬 풍기는 그는 스스로 「김백수(백수건달)」라 자칭하며 가족과 이데올로기의 문제를 다룬 후속작품 집필을 구상중이다.
경찰직을 떠난 후 김씨는 6개월간 하루 2∼3권씩의 소설을 읽어치웠다. 그것이 창작 공부의 전부였다.
『그러다가 작년말 갑자기 「세상에 하고 싶은 얘기가 많다」는 생각이 들어 이 소설을 쓰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내 무엇이 그렇게 당신에게 비난받고 경멸당할 거리던가. 내 아무리 초라하고 무능했어도 최소한 당신의 남편이었고 자식들의 아버지였어. 그런데 왜 날 무시하고 경원해. 나의 삶이 성공적이지 못해 그토록 부끄럽고 싫었나… 솔직히 나도 이런 내가 싫고 화났어… 하지만 비굴하고 추하기보다는 그냥 이대로 평범하게 살고 싶었어. 이것만으로도 난 행복했어』
척박한 땅 한반도에서 온갖 신산을 몸으로 겪으며 살아온 우리의 50대, 그들의 항변이다. 작가는 『복잡한 소설적 장치나 쓸데 없는 수식보다 이 말을 있는 그대로 하고 싶었다』고 말했다.<하종오 기자>하종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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