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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을 돕는 일」의 윤리(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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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을 돕는 일」의 윤리(사설)

입력
1996.11.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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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타적 행위에도 지켜야 할 윤리가 있는가. 물론이다. 시장경쟁 속에서 뒤처져 힘들게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 국가가 사회적 시민권 제공의 책임을 방기한 그 곳에서 소외된 삶을 살아가는 그들을 돕고자 하는 것이기 때문에 더 한층 신중한 윤리적 접근이 필요하다.이타의 윤리는 두 가지로 해석할 수 있다. 적극적 의미로는 우리 모두가 이타적 행위에 참여해야 한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소극적 의미로는 이타적 행위를 통해 자신의 이익을 도모해서는 안된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이처럼 소극적 의미로 파악한 최소한의 이타의 윤리가 침해될 때 그 사회적 폐해는 다른 어떤 범죄보다도 더 크고 깊다.

시장경쟁의 활성화와 함께 작은 정부를 지향하는 시대적 추세 속에서, 시민사회에서의 이타적 행위의 조직화야말로 사회적 보호망의 빈 곳들을 메우기 위한 유일한 대안으로 등장하고 있다. 이타적 동기의 실천을 위한 시민단체들의 활동이 사회를 보다 인간적이고 아름다운 곳으로 꾸미는 중요한 기능을 수행하고 있는 것으로 인식되기 시작한 것이다.

개인이 이타적 행위에 참여할 수 있는 유형은 자원봉사의 형태로 무보수의 노동을 제공하는 것과 기부금의 형태로 금전적 도움을 제공하는 것의 두가지이다. 이중 최근에 문제가 되고 있는 기부의 경우에는 정보 불균형(Information Asymmetry)의 문제가 심각하다. 기부자의 입장에서 보면, 기부금이 어떻게 쓰여지는지를 확인할 수 없다는 것이다. 따라서 기부자는 기부금의 사용에 대해 신뢰할 수 있는 경우에만 기부를 하게 된다. 이러한 대중의 신뢰(Public Trust)야말로 시민사회에서의 이타적 행위를 가능하게 하는 바탕이다.

시민사회적 경험이 일천한 우리의 경우 대중의 신뢰는 종교단체나 사회적 공인에 한정되고 있다. 그런데 이러한 대중의 신뢰를 무너뜨리는 사건들이 종종 발생하여 이제 겨우 싹트기 시작한 시민사회의 활동공간들을 위태롭게 하고 있다. 심장병어린이돕기를 빙자한 뽀빠이 이상룡의 행각도 연예인이라는 공인의 지위에 주어지는 대중의 신뢰를 배신한 경우이다.

우리는 이타적 행위의 영역으로서의 시민사회를 보다 적극적으로 확보하고 방어하기 위한 노력을 해야 한다. 이를 위한 기본적 단계로서 먼저 모금활동을 하고 있는 시민단체들의 협의체가 구성되어야 하며, 이를 통한 자율적인 상호규제가 이루어져야 하겠다. 이러한 기구를 통하여 모금행위의 윤리강령을 제정하고 그 준수를 자율적으로 강제하는 것도 필수적 요건이다. 어처구니없는 사건들이 터질 때마다 침묵하고 있기 보다는 이런 사건들을 자정노력의 좋은 계기로 삼아야 한다. 대중의 신뢰를 획득하기 위한 자율적 규제의 노력 없이는 시민단체들의 활동공간은 결코 확보될 수 없다.

건전한 시민사회의 육성은 또한 정부의 책임이기도 하다. 모금과 관련된 시민단체들의 활동에 대한 정부의 정책 및 관련 법규들을 이번 기회에 다시 한번 정비하여 재정 및 운영에 대한 실질적인 감사가 가능하도록 함으로써, 대중의 신뢰가 배신되는 불행한 사건들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한 방책들을 강구해야 하겠다. 이상룡의 행각에는 정부의 책임도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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