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초등교육의 큰 폐단중 하나는 한 교실에 과다한 학생을 수용해 담임교사가 학생 하나하나를 제대로 알 수 없게 한다는 점이다. 담임도 1년으로 끝나 학생들의 적성을 파악해 인성교육을 시도할 수도 없게 하는 것이 현실이다. 그래서 대부분의 교사들은 학생 하나하나를 인간적으로 지도하는 참교사의 역할을 포기한지 오래다. 담임을 하는 동안 대충대충 지내다 보면 1년이 끝나 또 새로운 학생들을 담임 맡는 쳇바퀴식의 획일적인 교육행위를 되풀이하고 있는 것이다.학생들은 어떠했는가. 석차를 매기는 성적통지표가 초등학교에서 폐지됐는데도 수·우·미·양·가식 등급 평가에 신경을 곤두 세운다. 상급학교 진학에 유리한 것에만 열중해 초등학교 교실에서마저 급우는 없고 경쟁자만 존재하는 삭막한 교실이 돼버린지도 오래다.
이래 가지고서야 국민의 기초교육단계인 초등학교가 풍부한 인간미를 갖춘 공동체의 구성원을 제대로 길러낼 수 있겠는가. 이러한 시각에서 볼 때 서울시 교육청이 제시한 초등교육 개혁방안은 긍정적으로 평가할 만하다.
1년만 담임하는 현행 제도의 폐단을 보완키 위해 2년 또는 4년의 담임제를 시도하겠다는 것이 특히 관심을 끈다. 40명 이상을 수용한 과다교실을 1년간 맡아봤자 교사가 모든 학생의 적성이나 소질을 정확히 다 파악해 전인교육을 한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좀더 장기간 맡겨두고 관찰과 지도를 할 기회를 준다는 것은 학생 개개인의 내면적 심성을 파악하는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그에 따른 교육효과도 기대할 만 할 것이다.
초등학교에서 수·우·미·양·가 평가도 완전폐지하고 학생평가를 기술형으로 바꾸기로 한 것도 학생들의 과다한 경쟁심을 순화시키고 점수에 집착해 입시위주 공부만 하는 타성을 바로잡아주는데 도움이 될 것으로 본다.
이밖에 열린 교육을 시도하기 위한 방안으로 가족행사에 참여하느라고 학교에 못나온 것도 부모의 통보만 있으면 출석한 것으로 인정한다는 것도 해볼 만하다. 어린 학생들을 지나치게 학교에만 매어둠으로써 체험을 통한 산교육 기회를 박탈하는 것도 우리 학교교육의 여러 폐단중 하나였던 것이다.
그러나 괜찮아 보이는 이 초등교육개혁방안이 경계할 가장 큰 문제는 이러한 열린교육의 시도가 공부를 소홀히 해도 되고 출·결석을 마음대로 해도 되는 학교풍토로 연결되어서는 안된다는 점이다. 또 교사들의 이해와 협조가 없으면 2년담임제도 실효를 거두기 어려울 것이다. 시행에 앞서 교육현장과 학부모의 이해와 참여를 먼저 이끌어 낼 수 있어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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