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바지 단풍이지만 아직 아름답고 하늘은 청명하다. 치악산을 마주하고 있는 대학이라는 특권 때문에 계절의 변화를 민감하게 느낄 수 있는 것도 행운인 것 같다. 그러나 눈을 돌려 학생들, 특히 4학년생들의 얼굴을 보면 계절의 변화같은 여유로움을 얘기하는 것이 미안하게 생각된다.본격적인 취업시즌은 항상 이렇게 화려하면서도 스산한 분위기로 시작된다. 초등학교부터 시작해서 꼬박 16년동안 학교의 울타리에 있던 학생들이 사회에 발을 내딛는 첫 관문, 취업은 여러가지 의미에서 시작이고 희망이다. 그러나 지방대생이라는 명함을 가지고 취업전선에 도전하는 일은 누구나 알듯이 쉬운 일이 아니다. 일부 기업에서는 「학력 파괴」 등 색다른 구호를 내걸기도 하지만 학력 위계사회에서 지방대생이 뚫고 지나가야할 벽은 여전히 높을 뿐이다. 취업시험 없이 면접만으로 사원을 채용하겠다는 곳도 있다. 그러나 이 역시 뒤늦게나마 열심히 공부해서 자신의 잠재력과 성실성을 보여줄 기회를 잃는다는 점에서 그리 반가운 일만도 아니다.
여학생들의 취업고민은 훨씬 더하다. 여대생들의 취업의식을 조사해보면 「결혼은 선택, 취직은 필수」라고 할 정도로 높은 취업열망을 보인지 오래이다. 여성을 위한 각종 취업 홍보회에 몰리는 인파만으로도 여성들의 취업 열기를 느낄 수 있다. 그럴수록 지방대 여학생들의 입지는 더욱 좁아드는 것이다. 필자 역시 학위를 마치고 대학에 자리를 찾아보고 있을 때 사람들이 농담삼아 이야기하던 「신칠거지악」을 듣고 겉으로는 웃으면서 속으로 마음 아파했던 기억이 난다. 다 기억이 나지는 않지만 「여자라는 것, 국내학위라는 것…」 등이었던 것 같다. 우리도 역시 지방대생 혹은 지방대 여학생들에게 「신칠거지악」과 같은 멍에를 씌우고 있는 것은 아닐까.
빨리 많은 것이 변해야 한다. 자연의 변화를 예민하게 느낄줄 아는 감성과 자신의 위치에서 성실할 수 있는 자세, 능력을 갖고 있는 학생들이 대우받는 사회를 기대해 본다. 제각기 자신의 색을 뽐내는 단풍이 물든 치악산을 바라보며 취업을 준비하는 많은 지방대생들도 저처럼 어울려 아름다울 수 있는 사회가 언제일까를 생각해본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