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민 가계에 주름살 결국 기업까지 부담/개인서비스료·추곡수매가 억제와 ‘상반’정부가 물가안정기조를 앞장서 깨려 하고 있다. 『물가안정만이 우리 경제의 살 길』이라고 강조하던 정부가 연말이 다가오자 노골적으로 물가상승을 부추기고 있는 것이다.
정부는 가격현실화 재원조달 등의 각종 명분을 들어 철도요금 전기료 유가 상수도요금 의보수가 고속도로통행료 대학등록금 등 각종 공공요금을 줄줄이 인상하려 하고 있다. 학원 이발소 식당 등 개인서비스업소들이 임대료 및 인건비 상승에 따른 원가부담으로 요금을 인상하자 『가격을 요금인상전으로 환원하지 않으면 세무조사를 실시하겠다』고 엄포를 놓은 것과 무척 대조적이다
한승수 부총리 겸 재정경제원장관은 8월9일 취임기자회견에서 『서민생활이 불안하지 않도록 경제정책 최우선을 물가안정에 두겠다』고 말했다. 한부총리는 「9·3 경제대책」을 발표할 때도 『물가안정을 위해 공공요금을 현수준에서 최대한 동결하겠다』고 밝혔다. 공공요금의 물가파급효과는 가공할만하다. 교통요금 유류가격 상하수도료 등이 오르면 근로자의 생계비부담은 그만큼 많아진다. 일반근로자(노조)는 이를 보충하기 위해 임금인상을 요구할 수 밖에 없고 그 부담은 결국 기업으로 떠넘겨져 경쟁력약화로 이어진다.
농민들은 현재 사상유례가 드문 대풍을 일궈놓고서도 한숨을 쉬고 있다. 정부가 물가안정을 내세워 추곡수매가를 2∼4%에 억제하려 하고 있기 때문이다.
일부 지역에서는 추곡수매거부운동이 벌어지고 있기도 하다. 농가수입의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하는 추곡수매가는 정부의 물가안정정책에 따라 94, 95년 2년간 동결됐었다. 농민들은 이에 따라 올해는 추곡가가 10%정도 올라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정부는 꿈쩍도 하지 않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가 주요 공공요금을 10∼20% 올린다고 할때 농민들은 어떤 생각을 할지 당국자들은 명심해야 한다.
정부는 또 은행 금리도 반강제적으로 인하하고 있다. 모두가 물가안정이 가져올 경쟁력 향상을 위한 것이었고, 기업들의 인원감축이나 임금동결 등도 이같은 논리에 따라 진행됐다.
김영삼 대통령을 비롯해 한승수 경제부총리 등 거의 모든 정부당국자들은 기회있을 때마다 근로자들에게 경제회복을 위해 임금인상요구를 자제해 달라고 요구하고 있지만 공공요금이 무더기로 인상되는 상황에서는 공허한 얘기가 될 수 밖에 없는 노릇이다.
정부당국자들은 공공서비스기반을 확충하기 위해서는 공공요금 현실화(인상)가 불가피하다는 논리를 펴고 있지만 공공서비스공급기관의 경영효율개선에 대해서는 별신경을 쓰지 않고 있다. 서울시의 시내버스 비리사건이 이를 잘 설명해 주고 있다. 국민들은 서울시 버스비리는 빙산의 일각으로 여기고 있다.
정부는 특히 「경쟁력 10%이상 높이기」 운동을 1년동안 벌이겠다며 국민들에게 허리띠를 졸라매자고 호소해놓고서 정작 솔선수범해야 할 정부가 대국민약속을 먼저 파기하려 하고 있는 것이다. 정부당국자들은 아직도 「공무원들은 잘하는데 민간이 문제다」는 관료주의에서 벗어나지 못한채 『나는 바담 풍하더라도 너는 바람 풍해야 한다』는 식의 경제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정부가 의욕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경쟁력 10%이상 높이기」운동도 정부 스스로 대국민약속을 파기하면서 공공요금을 앞장서 올릴 경우 구두선에 그치고 말 것이라는 사실은 불을 보듯 뻔하다.<이상호 기자>이상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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