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전 망향의 한속에 쓸쓸히 타계한 작곡가 윤이상이 독일 땅 베를린에서 자신의 음악으로 되살아 났다. 윤이상은 11월 한달만 해도 베를린 뿐 아니라 빈, 도쿄(동경), 뉴욕, 룩셈부르크, 암스테르담 등 세계 유명도시에서의 연주일정이 잡혀있을 만큼 세계가 인정하는 작곡가이다. 그의 작품은 세계 유명대학의 음악사 교재에 실려있고 특히 목관 작품은 중요 콩쿠르의 과제곡으로 지정된지 오래이다. 한국의 첼리스트 장한나가 로스트로포비치콩쿠르에서 우승했을 때의 연주곡도 바로 그의 작품이었다.그러나 위대한 작곡가에 대한 평가는 유독 그의 조국에서만은 야박했다. 60년대 동베를린간첩단사건이후 「친북용공」의 낙인이 찍혀 끝내 고향에 돌아오지 못했다. 베를린 교외 가토브묘지의 명예시민묘역. 기자가 5일 찾아간 고인의 묘소에는 추모객들이 놓고간 화분 10여개가 있었다.
검은 빗돌에는 베를린에 거주하는 부인 이수자씨(69)의 이름도 새겨져 있다. 「여보, 외로워 하지 마세요, 저도 여기 묻히겠어요」라는 약속처럼 보였다.
지난해 그의 장례식은 비밀리에 치러졌다. 분단현실을 가슴 아파한 그를 보내면서 혹시 남북한이 만나 다툴까 염려해서였다. 한국에서는 그를 아끼던 사람들이 모여 혼을 집으로 불러 들이는 반혼제를 올리면서 마음을 달래야 했다. 8일 베를린에서는 추모음악회가 열렸지만 전날까지도 본에 있는 주 독 한국대사관은 행사자체를 모르고 있는듯 했고, 베를린의 총영사관은 『초대받지 않았다』며 불참의사를 밝혔다. 그들의 태도가 고인에 대한 외면이 아니기를 바랐다. 죽어서까지 외면당한다면 무척 외로울 것이기 때문이다.
부인의 말대로 조국을 짝사랑했던 윤이상. 이제 그는 혼령이나마 기쁘게 조국에 돌아갈 수 있어야 한다.<베를린에서>베를린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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