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사정 유감/신재민 정치부 차장(앞과 뒤)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사정 유감/신재민 정치부 차장(앞과 뒤)

입력
1996.11.09 00:00
0 0

최근 김영삼 대통령의 부정부패 척결 지시가 있은 직후 문종수 청와대민정수석이 출입기자들에게 이색적인 제안을 했다. 『사정비서관의 이름을 바꾸려고 하니 좋은 이름을 하나 지어달라』며 100만원의 작명료까지 제시했다. 농담조의 말이었지만 『국적도 불분명한 용어인 데다 어감도 좋지 않다』며 「사정」이란 표현에 대한 거부감을 나타냈다. 그는 『대통령에게도 앞으로 「사정」이라는 말을 사용하지 않겠다고 보고했다』며 개명의사를 밝혔다.원래 조선시대에는 말단 군직의 하나로 사정이란 직책이 있었지만 오늘날의 의미와는 거리가 멀었다고 한다. 박정희 대통령시절 청와대에 슬그머니 사정비서관이란 자리가 생겼고, 이후 5공에 들어서며 이 용어가 각광을 받았다. 서슬퍼렇던 그 시절 청와대에는 민정수석, 법률수석과 함께 「사정」도 수석의 반열에 올랐다.

그러나 「사정」은 6공 출범과 함께 민정수석 밑에 비서관으로 격하되었다가 6공후반에 들어 다시 수석으로 격상되었다. 현정부 들어서는 민정수석 아래 사정1·사정2비서관으로 나뉘어 있었으나, 지난해 사정2비서관은 「공직기강비서관」으로 바뀌고 말았다. 이제 마지막 남은 「사정비서관」마저 사라질 단계에 이른 것이다.

청와대가 사정이란 말을 쓰지 않으려 하는 것은 그 용어가 지니고 있는 부정적인 이미지 때문이다. 특정대상을 법의 이름으로 때려잡는 것처럼 음모적 뉘앙스를 풍기면서 「정치공작」을 연상시킨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김대통령은 5년 임기내내 사정만 하느냐』고 성과 관계된 동음이의어를 빗댄 일각의 조크도 불쾌한 것 같다.

하지만 작금의 각종 공직자 비리에 대한 수사를 바라보는 시중의 생각은 사뭇 다르다. 사정비서관의 이름까지 바꾸어가며 성역없는 부정부패 척결을 인식시키려는 청와대의 바람은 아직은 「희망사항」인 것 같다. 『이름만 바꾼다고 사람이 달라지느냐』는 비아냥도 있다. 오히려 지금은 외부시선을 의식하지 않고 할 일을 묵묵히, 또 제대로 하는 것이 더 중요하지 않은가 싶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