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투표율 48% 불과미 민주주의의 위기를 알리는 두개의 적신호가 켜졌다. 의회선거 당락에 큰 영향을 미친 금권 열풍과 사상 최저의 투표율이 바로 그것이다.
미연방선거위원회(FEC)가 8일 발표한 컴퓨터 조사결과에 따르면 돈을 많이 쓴 후보일수록 당선된 경우가 압도적으로 많았다. 당선자 10명중 하원에선 9명 이상(93%), 상원에선 8명 이상(82%)이 상대 후보보다 많은 선거자금을 쓴 것으로 분석됐다. 하원의원 당선자의 경우 유권자 1인당 평균 4달러를 쓴 데 반해 낙선자는 2.8달러에 그쳤다.
의회선거에 소요된 자금총액도 4년전보다 30% 이상 증가한 8억여달러(6,640억원). 이번 선거가 유례없는 「돈싸움」으로 전락했다는 세간의 평가가 확인된 셈이다.
특히 공화당이 상하양원을 장악할 수 있었던 것도 막대한 자금동원력 덕분이었다는 지적이다. 공화당은 종전보다 6배나 늘어난 총 3,200만달러의 선거지원금을 자당 후보에게 보냈으며 뉴트 깅그리치 하원의장은 별도로 1억 달러를 마련, 소장파 및 신인후보들의 뒤를 밀었다.
때문에 정계에선 선거자금 규제 필요성이 급속히 제기되면서 이를 위한 개혁 입법움직임도 보이고 있다. 하지만 민주·공화당 내부의 복잡한 사정과 전례를 감안할 때 선거자금 규제법이 예정대로 통과돼 선거의 금권화현상을 차단할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
국민의 정치 참여도를 반영하는 투표율이 50%선 아래로 떨어지고 있는 것도 예사롭지 않다. 이번 선거의 투표율은 48.8%. 빌 클린턴이 첫 당선을 엮어낸 92년 대선의 55.9%는 물론 88년의 50.2%를 밑도는 사상 최저치다. 투표율이 이처럼 저조한 것은 선거전 여론조사결과 클린턴의 재선이 확실시됐던 탓도 있지만 정치 무관심이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언론들도 이를 「무관심(DO―NOT―CARE)신드롬」으로 표현하며 위기감을 나타내고 있다.<이상원 기자>이상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