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각료들 중에서 외무와 국방장관자리는 외교와 안보를 관장하는 막중하고 핵심적인 요직이다. 그런데 두 장관이 불과 20여일 사이에 한 사람은 무책임하고 파렴치한 배임행위로, 또 한 사람은 석연치 않은 이유로 경질되었다. 두 자리 모두 곧 후임이 임명되었지만 일련의 과정은 오래전부터 흔들려온 정부의 외교·안보운영과 여러가지 문제점을 그대로 드러낸 듯하여 국민들의 마음은 착잡하고 무겁기만 하다.김영삼정부 출범당시 정부의 외교·안보목표와 시책은 국내외 정세변화에 부응하여 도식적인 낡은 틀과 구조·행태를 쇄신·개혁하려는 것이어서 국민의 기대를 모으기에 충분했다. 이른바 세계화, 다원화, 다변화 등을 근간으로 한 신외교는 아태경제협의체(APEC)에서의 핵심적 역할 등 여러 성과를 올렸다. 국방분야의 경우 군사조직해체와 율곡사업을 비롯한 군수비리에 대한 사정 등 내부개혁에 상당한 성과를 거둔게 사실이다.
하지만 갖가지 시행착오를 저지르고 허점을 노출하는 실책을 저질렀다. 우선 대북정책에 있어 북한이 미국과의 단독 핵협상을 허용한 것은 중대한 실책이었다. 핵협상에서 비켜주는 안이한 대응으로 한반도 문제는 남북간의 관할에서 국제화하는 단초를 마련해주었고 그 결과 북한의 끈질긴 한국배제 정책으로 지금도 시달리고 있지 않은가.
안보의 경우 잇단 총기사고와 비리도 그렇지만 동해안 간첩침투는 최근의 잔당 2명사살에 이르기까지 구멍뚫린 방어망과 허술한 군소탕작전을 그대로 보여 주었다고 하겠다.
이제 국방에 이어 외무장관과 청와대 외교안보 수석에 새 얼굴이 기용됐지만 너무나 큰 충격과 파장때문에 국민의 시선은 결코 부드럽지가 않다. 따라서 새 외교안보팀은 흔들리고 표류하고 있는 외교안보의 정책방향의 중심을 잡고 정돈하는 한편 해이해진 내부기강과 사기진작에 전력을 다하는 것이 급선무다.
무엇보다 먼저 국민과 우방인 미·일에 대해 대북정책과 자세를 분명하게 해야 한다. 북이 사과와 재도발을 하지 않는다는 보장을 하지 않는 한 4자회담도, 경수로와 식량·구호품 지원도, 경제협력도 불응한다는 입장을 확고히 할 필요가 있다. 다음 대북정책에 있어 미·일과의 공조체제를 강화하는 일이다. 더이상 오락가락하지 않음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 아울러 군의 전투력 향상 등을 통한 방위태세를 보강해야 한다.
특히 우리의 방대한 외교·국방체제를 재검토, 그에 걸맞는 생산적 외교, 효율적인 안보구축에 보다 역점을 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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