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양수산부는 최근 해양시대에 대비, 「21세기 해양지도」를 제작키로 하고 하나의 구상으로 남북이 뒤바뀌고 한국이 가운데에 있는 「세계해양지도」를 선보였다. 이 해양지도는 시베리아 대신 오스트레일리아등이 위쪽에 자리잡고 있다. 매일 이용하는 지하철역의 출구도 바꿔나오면 방향감각이 흐려지는데 세계지도의 남북을 거꾸로 해 놓으니 낯설면서도 지도의 맛이 새롭다.지금까지 남쪽이 위로 올라간 세계지도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엉성하지만 12세기에 생존했던 이슬람의 지리학자 「알 이드리시」(AL―IDRISI)가 남긴 세계지도가 바로 그렇다. 모로코에서 태어나 시실리섬에서 생의 대부분을 보낸 그가 제작한 지도는 지중해를 중심으로 아프리카와 유럽 아시아만을 어설프게 그리고 있지만 남쪽이 위로간 점만은 관심을 끌기에 충분하다.
아라비안 나이트의 「신밧드의 항해」에서 살필 수 있듯이 아랍사람들은 일찍부터 동서양으로 발길을 넓혔다. 알 이드리시의 지도도 이의 산물이다. 9세기 압바스왕조의 관원인 「이븐 홀다드베」(IBN KHWRDADBEH)가 지은 지리서에 「중국의 동쪽에 「실라」(SILA)란 나라가 있다」는 기록이 있는 점에서 이들의 해외에 대한 높은 관심을 알 수 있다. 「실라」는 시기적으로 그 당시 한반도를 통일한 「신라」를 가리키는 것임이 틀림없다.
지중해 예루살렘과 메카가 세계의 중심지였던 그 당시에는 지금처럼 지도를 그릴 때 북쪽이 위쪽이란 관념이 없었던 모양이다. 북쪽이 위로가야 한다는 고정관념은 유럽중심의 기독교문화가 동진하면서 더 굳어진 것이 아닌가 하는 풀이가 가능하다. 우리도 지도라면 북쪽을 위로 해 그리는 것을 당연시 해온지 오래다.
해양수산부가 내놓은 「세계해양지도」를 보면 우리나라는 지금까지의 우리의 고정관념과는 달리 무한한 가능성을 지닌 세계의 중심에 있는 나라다. 그동안 우리는 우리나라를 항상 극동, 즉 대륙의 동쪽 끝에 붙어있는 꼬리쯤으로 생각해왔다. 변방의 의미가 짙은 이러한 생각은 우리가 북쪽의 대륙과 서양만을 쳐다보고 살아온 데서 비롯됐다고 할 것이다.
그동안 우리는 한반도를 둘러싸고 있는 바다를 거의 잊고 살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것은 우리나라를 둘러싸고 있는 바다를 중심으로 우리를 주체적으로 생각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아랍인들이 그 옛날 우리와 교역을 하기 위해 다녀간 흔적은 있어도 우리가 그들을 찾아간 자취는 찾아볼 길이 없는 원인도 바로 여기에 있다.
고정관념을 깨고 남쪽을 위로 올린 「세계해양지도」는 보기에도 시원하다. 북쪽이 위에 있는 지도는 거대한 대륙이 우리를 짓누르듯 압박하고 있다. 남북이 바뀐 새 지도는 대륙을 올라탄 듯한 우리나라 앞에 바다가 시원하게 펼쳐져 있다. 지금이라도 달려나가 우리의 능력을 마음껏 펼칠 수 있을 것 같은 생각이 든다. 신선한 충격이다.
21세기는 해양, 정보화, 문화복지의 시대라고 한다. 이러한 시대를 앞서가려면 발상의 전환과 함께 우리나라를 중심에 둔 사고가 필요하다.
특히 정보화시대에는 공상도 아이디어산출의 요람으로 여겨지고 있다. 이런 점에서 「세계해양지도」는 발상전환의 중요성을 상징적으로 말해주고 있다.
지구는 둥글다. 그 중심을 어디에 두느냐는 마음먹기에 달렸다. 더이상 유럽과 미국중심의 세계관에 집착할 필요는 없다. 「세계해양지도」의 제작의도처럼 지금까지 막혔던 마음의 벽을 헐고 새로운 발상으로 21세기를 맞으려는 준비를 서둘러야 한다. 그러한 노력을 거듭한다면 한국은 더이상 지구의 변방이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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