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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적한 난제(21세기 미국의 선택: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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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적한 난제(21세기 미국의 선택:2)

입력
1996.11.0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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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전제시’ 성공 ‘중병 치유’ 미지수/균형예산·교육개혁 등 앞서 신상문제해결 급선무재선에 성공한 클린턴 대통령은 유세기간중 자신의 과제를 미국에 「21세기로 가는 다리」를 건설하는 것이라고 강조해왔다. 이 표현은 미국인들에게 적지않은 호소력을 지녀 클린턴 대통령이 비전제시면에서 밥 돌 공화당후보를 확실하게 제압하는데 큰 역할을 했다. 밥 돌 후보는 별도의 미래상을 제시하지 못하고 이 다리가 통행료를 내는 유료교량이라고 비꼬는 정도로 만족해야 했다.

「21세기로 가는 다리」라고 하면 미래지향적이고 패기만만한 정책으로 들리지만 사실 속을 뒤집어보면 중병을 앓고 있는 미국의 산적한 과제를 달리 표현한 것에 불과하다. 「…다리」는 대체로 균형예산의 달성, 교육개혁, 의료 및 사회보장 개혁, 고용의 지속적 창출, 선거자금법개혁, 안정적인 세계질서의 유지 등으로 달리 표현할 수 있다.

그러나 클린턴은 「다리 공사」에 앞서 골치아픈 신상문제를 먼저 정리해야 하는 처지에 놓였다. 본공사에 들어가기 전에 자격심사를 통과해야 하는 것이다. 선거전에서 터져나온 민주당의 불법 정치헌금파문을 비롯해 화이트워터, 파일게이트, 백악관 여행담당직원들의 해고문제, 폴라 존스양의 성희롱 제소건 등 개인적으로 해결해야할 과제가 산적해있다.

일부 언론들은 이미 「제2의 워터게이트」를 들먹이고 있다. 공화당 주도 의회의 청문회와 특별검사의 조사를 통해 사태가 심각하게 진전될 경우 도중하차까지도 배제할 수 없는 것으로 지적된다.

클린턴은 현재 적자규모가 1,070억달러에 이르는 예산을 2002년까지는 균형상태로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5일의 투표참가자를 대상으로 한 출구조사에서 10명중 6명은 이 약속을 믿지 않는다고 했다. 대학생을 둔 부모에게 2년동안 연간 1,500달러의 세금을 공제해주고 초등학교에 인터넷을 설치하는 등 교육개혁을 하는데 들어갈 추가자금과 의료보장의 지속으로 인한 지출 등을 감안할 때 불가능하다고 보고 있기 때문이다.

노인을 대상으로 한 의료보장제도는 2001년에는 재원이 바닥날 것으로 예상돼 개혁이 시급하다. 클린턴 대통령은 이를 위해 양당이 참여하는 합동위원회를 구상중이며 위원장에 밥 돌 후보를 고려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또 집권1기 때는 경제가 팽창하고 그에 따라 세수가 증가, 일자리를 추가로 늘리고 예산적자규모를 줄이는 일이 그만큼 쉬웠지만 경기확장추세가 조만간 끝날 것으로 보여 경제 면에서 운신의 폭이 대폭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외교분야에서는 세계질서의 골격을 다지기 위해 중국과의 관계개선이 핵심적인 것으로 지적된다. 과거 미소 관계처럼 양국간의 정상회담이 정례화해야 한다는 견해가 나오고 있다. 클린턴 대통령의 대응방향이 주목되는 대목이다.

특히 여소야대 의회는 클린턴에게 가장 골치아픈 문제다. 클린턴은 이를 의식, 각종 과제들이 민주당이나 공화당의 문제가 아니라 바로 「미국의 문제」라고 강조하며 양당이 초당적으로 풀어나가야 한다고 벌써부터 분위기를 잡고 있다.<워싱턴=홍선근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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