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총수들 한결같이 “선처해달라”/임직원들 대거동원해 법정 꽉메워노태우 전 대통령 비자금사건 2차공판에서 재벌총수들은 한결같이 어려운 경제상황을 거론하며 『외화를 한푼이라도 벌어 와야 한다』고 재판부의 선처를 호소했다.
○…대우그룹 김우중 회장은 『본궤도에 오른 「세계경영」을 마무리할 기회를 달라』며 기업의 모토를 방패로 사용했다. 동아그룹 최원석 회장은 『실형이 선고되면 수주를 앞둔 리비아 대수로 3기공사는 물론 다른 해외건설 수주에 막대한 타격을 입게 된다』고 국익을 앞세웠다.
○…상오공판에 혼자 나온 김회장은 권성 부장판사가 『청와대에 준 돈이 정치자금이었다면 왜 법률에 따른 절차를 밟지 않았느냐』고 다그치자 『당시에는 일만 생각했기 때문에 그럴 겨를이 없었다』고 대답했다. 또 『돈을 건네면서 최소한 불이익은 없을 것이란 기대를 하지 않았느냐』고 묻자 『암울한 시절에 달리 선택할 여지가 없는 상황에서 이뤄져 뇌물로 단정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며 정상론을 폈다.
○…하오공판에서 최회장은 『건설은 다른 부문과는 달리 이익이 많이 남기 때문에 국익을 위해서도 중요하다』며 실형선고가 국가적 위신추락으로 이어질 가능성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최회장은 또 『잘못한 점을 깊이 반성하고 있다』며 자필로 쓴 탄원서를 재판부에 제출하기도 했다.
○…이현우 피고인측 김유후 변호사는 최후 변론에서 『검찰이 공소장을 무려 6번이나 변경해 그때마다 변론과 답변을 변경했다』며 『공소장을 변경하거나 관련자 진술을 번복하더라도 진실은 가려지지 않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날 법원주변과 법정에는 대우·동아그룹 임직원들이 대거 나와 재벌 총수들의 위세를 실감케 했다. 대우측은 재판 일주일전부터 100명을 동원해 일반인 방청권을 싹쓸이, 대우정밀해고자들의 법정시위를 원천봉쇄했다. 이날 재판은 검찰측과 변호인측이 각각 3명만 참석, 법정공방 없이 싱겁게 끝나 1심재판이나 12·12 및 5·18사건 항소심재판과 큰 대조를 보였다.<이영태 기자>이영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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