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절 록가수들의 음악성과 그 상업성/살아서 노래했던 반항·젊음,죽음으로 더 증폭서양 속담에 이런 말이 있다.
『신의 사랑을 너무 많이 받으면 신이 빨리 데려간다』고.
우리 식으로 하면 천재 요절이다. 「로큰롤 천국(Rock’N’Roll Heaven)」의 저자 필립 제이콥스는 여기에 덧붙여 『그렇다면 신은 대단한 록팬』이라고 말했다. 그만큼 록계에는 유달리 삶을 일찍 마감한 인물이 많다는 뜻이다.
로큰롤의 제왕 엘비스 프레슬리(42세 사망·이하 사망당시 나이)와 버디 홀리(23)는 물론이고 60년대 브리티시 인베이전의 세 주역인 비틀스의 존 레논(40)과 롤링 스톤스의 브라이언 존스(27), 「후」의 키스 문(29), 모두 27세로 사망한 「3J」 짐 모리슨과 지미 헨드릭스, 재니스 조플린 모두 젊은 나이에 세상을 떠났다.
흑인으로는 소울의 대부격인 샘 쿡(33)과 오티스 레딩(26)이 한창 음악활동을 하던 중 갑작스런 죽음을 맞았고, 70년을 전후해 많은 이들을 열광케 했던 T-렉스의 마크 볼란(30), 레게 황제 밥 말리(36)도 살아온 날보다 앞으로 살 날이 더많은 사람들이었다.
90년대에는 얼터너티브 록의 우상 커트 코베인이 27세에 스스로 목숨을 끊었고 얼마 전에도 스매싱 펌킨스의 조너선 멜보인이 약물과용으로 34세에 사망했다. 그 흐름을 읽는 것만으로도 록의 역사를 새로 쓸 수 있을 정도다.
요절한 서구의 록가수들은 죽어서 더 대접을 받는다. 언론에서는 그들의 삶과 음악을 대서특필하고 수백, 수천이 모이는 추모집회가 여기저기서 열린다. 더러 그 뒤를 따르는 사람도 있다. 평론가들도 극찬을 아끼지 않는다. 죽은 자의 일대기를 다룬 책과 영화가 만들어지고 오래전에 발표했던 음반들이 새삼 불티나게 팔린다. 이 대접은 세월이 흘러도 변하지 않는다. 죽은 지 얼마되지 않아 아예 그 존재를 망각하는 우리와는 정반대다.
여기에는 록과 뗄래야 뗄 수 없는 「죽음의 미학」과 「죽음의 상업성」이 있다. 록은 시대와 기성세대에 대한 반항을 모태로 만들어진 젊음의 음악이다. 죽음은 어떤 의미에서 가장 최후의, 가장 격렬한 저항이다. 동시에 요절은 세상을 떠난 사람들을 영원한 젊은이로 만든다.
어쩌면 그들은 「서른이 넘은 사람은 믿지 말라」는 60년대의 유행어처럼 나이드는 것을, 더 이상 반항할 수 없게 되는 것을 두려워했는지도 모른다. 때문에 그들의 죽음은 많은 사람들에게 한 개인의 죽음 이상으로 받아들여진다. 적어도 한번이라도 그들의 음악을 부둥켜안고 몸부림쳤던 경험이 있는 사람이라면 살아서 그들이 노래했던 반항과 젊음이 죽음으로 증폭되는 것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그것은 우리가 나이를 먹고, 세상에 길들여진 후에도 여전히 강력하다.
그러나 그들은 살아서 그랬듯이 죽어서도 결코 상업성의 손아귀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자신의 세계를 고집하며 세상과 타협하려 하지 않았던 그들의 죽음은 오히려 그들이 길들여지기를 거부했던 거대 음반사에게 큰돈을 벌어주는 기회가 된다.
음반사들은 상실감이 만들어낸 특수를 결코 놓치지 않는다. 수준 이하의 미발표곡들을 모아 유작앨범을 내놓고 몇몇 가수들을 모아 헌정앨범을 만든다. 수많은 사후 앨범에도 불구하고 들을 만한 작품이 별로 없는 것은 그 때문이다. 죽음마저 철저하게 상업적으로 이용되는 것은 거대자본에 의해 스타가 된 그들의 어쩔 수 없는 숙명이다.
만일 그들이 살아서 음악을 계속했다면 어떻게 됐을까? 그중 몇몇은 더 많은 업적을 쌓았을테지만 상당수는 지금과 같은 명성이나 평가를 얻지 못했을 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우리는 그들의 죽음을 아쉬워한다. 죽음은 그들에게 신화를 부여한 것이다.<김지영 기자>김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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