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석굴암 균열’ 안전에 문제없나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석굴암 균열’ 안전에 문제없나

입력
1996.11.08 00:00
0 0

◎내부돔 확산싸고 건축공학자­문화재연 치열한 논쟁/심각성 제기 유승룡 교수 “외부충격에 계속 확대… 석상까지 위험”/60년대 보수작업 참여 문화재연 “60년대 이전부터 존재… 별문제 없을 것”석굴암에 나타난 균열이 심각한 정도인가 아니면 단순한 표피현상인가. 유네스코가 지정한 세계문화유산이며 국보 24호인 경주 석굴암의 내부돔 외벽에서 확인된 균열의 발생원인과 시점, 확산여부, 안전성 등을 둘러싸고 국립문화재연구소(소장 김동현)와 일부 건축공학자들간에 치열한 논쟁이 벌어지고있다. 내부돔은 일제가 1910∼1920년 3차례에 걸쳐 석굴암을 해체복원할 당시 누수현상을 막기 위해 설치한 두께 1.4∼2m의 콘크리트벽으로 부실공사와 노후화에 따른 문제점이 수없이 지적돼왔다.

논쟁은 지난달 유승룡 교수(동국대 산업기술연구소)가 불국사의 의뢰로 석굴암 안전도를 조사한 후 동쪽 폭 0.8㎜, 길이 5m의 A부분 균열의 심각성을 제기하며 시작됐다. 유교수와 지진전문가인 김희철 교수(경희대) 등은 그 원인에 대해 『기존에 있던 미세한 균열이 소음, 진동, 지진 등 외부충격에 의해 확대된 것으로 추정된다』며 『내부콘크리트까지 균열이 이어지고 본존불과 석상에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주장했다.

지난 5일 보도진에게 석굴암 내부를 20년만에 공개한 문화재연구소측은 A지점뿐 아니라 북쪽(B)과 서쪽(C)에도 균열(각각 길이 2.3m와 4.4m, 폭 0.5㎜)이 확인됐으나 기존의 것으로 별문제가 없다고 맞섰다.

60년대 석굴암보수작업에 지속적으로 참여해온 김소장은 황수영 박사가 61∼64년 외부돔건설공사 후 67년 작성한 「석굴암수리공사 보고서」에 균열이 여러 군데 나있다는 기록을 근거로 『균열은 60년대 이전부터 존재해온 것』이라고 반박했다. 즉 외부돔설치이전 일제가 설치한 돔이 흙으로 덮여 있을 때 수분침투와 급격한 온도변화로 인해 모르타르층이 분리된 결과이며 이러한 현상은 외부돔 설치이후에는 사라졌다는 것이다. 또 균열지점의 양쪽부위가 불등침하현상을 보이지않기 때문에 내부까지 이어졌다고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문화재연구소는 균열의 이격상태를 관찰하기 위해 1,000분의 1㎜까지 차이를 찾아낼 수 있는 변형측정기를 올해초 도입, 내부돔 내외벽 균열지점 5곳의 폭을 측정하고 있다.

또 윤장섭 서울대 건축학과 명예교수를 중심으로 구성된 소위원회에 석굴암의 정밀진단을 의뢰했다. 유교수는 그러나 「돔 정상부 동북동쪽에 약 2척(60㎝)의 균열이 있고 그 원인이 시멘트와 모래, 자갈 등의 조합이 불량하기 때문」이라는 황박사의 보고서 기록을 내세우며 균열의 확대·심화가능성을 추정하고 있다. 즉 A지점의 5m균열은 2척의 균열이 확대됐거나 새로 생긴 것으로 균열이 계속 진행되고 있는 명백한 증거라고 주장했다. 그는 특히 『A지점의 바로 아래인 석굴입구의 아치형천정에서 심해지는 백화현상은 모르타르균열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균열이 표면에만 국한됐더라도 24㎜두께의 모르타르층 하중이 석굴암 내부벽면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황박사는 『내부돔의 콘크리트구조물이 1세기전에 만들어진 것으로 상당부분 약해져 있지만 균열틈으로 물이 스며든다거나 큰 충격이 없는 한 위험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유보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

한병삼 전 국립중앙박물관장은 『습기제거와 결로(이슬맺힘)현상방지를 위해 당시로서는 이중돔설치가 최선이었음은 인정하지만 체계적인 보존대책이 뒤따르지 않아 상태가 악화한 것 같다』고 말했다.

◎진단방식과 대책/균열부위에 X레이·초음파 등 테스트/콘크리트 보강재나 철망씌우기 조치

석굴암에 대한 구조물 안전진단의 핵심은 모르타르균열이 내벽 콘크리트에 까지 이어졌는지의 여부와 80년 이상된 콘크리트의 내구성을 알아보는 것이다. 건축공학자들은 우선 X레이투시나 초음파테스트를 통해 균열부위를 확인한 뒤 콘크리트자체의 밀도를 측정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또 콘크리트재료의 강도와 부식정도를 파악하기 위해서는 일부를 떼어내 페놀프탈렌용액으로 중성화검사를 실시하고 동결용해검사를 거쳐야 한다고 보고 있다.

문제는 석불이 있는 내벽에까지 균열이 이어져 있거나 콘크리트강도가 예상보다 약하다고 판정됐을 때이다. 전문가들은 콘크리트보강재 등을 투여하자는 의견을 제시하나 약품이 석조물까지 침투됐을때 어떤 영향을 미칠지 모르기 때문이다. 문화재연구소는 최악의 경우라도 돔자체가 가장된 구조물이므로 붕괴위험은 크지않지만 겉에 철망을 둘러씌우는 등의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일부에서는 석굴암을 일정기간 폐쇄한 후 장기적인 계획을 세워 주변의 모든 콘크리트를 제거하자는 의견을 내놓기도 했다.<최진환 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