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측 사정차원설 강력히 부인/대미 긴밀협력·대북 강경기조 예상구구한 추측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공로명 외무장관의 전격경질 배경에 대해 청와대 관계자들은 외교정책의 지속성과 일관성을 지키기위한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김대통령은 정기국회가 끝나는 연말이나 취임 4주년을 맞는 내년 2월께 15대 대선에 대비한 전면적인 당정개편을 단행하면서 대폭개각을 할 예정이었으나 공장관의 사퇴의사가 강해 부득이 경질했다는 것이다. 청와대의 한 고위 관계자는 『김대통령은 필요할 때마다 그때그때 인사를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김대통령은 『OECD대사는 경제전문가로서 현직 각료중에서 임명하겠다』고 말해 머지않은 시기에 또다시 보각이 있을 것임을 예고한바 있다.
공장관의 사퇴이유에 대해 청와대나 외무부측은 공식적으로는 「과로로 인한 건강악화」라고 밝히고 있다. 구체적으로 병명을 밝히지는 않지만 『평소 백내장으로 고생해온데다 혈압이 높았는데 최근 업무폭주로 건강이 매우 나빠졌다』는 것이다.
하지만 청와대 관계자들도 비공식적으로는 실제 사퇴이유가 「마음의 병」일 것이라고 표현하고 있다. 청와대 관계자들이 병원측에 확인한 결과 공장관이 장관직을 수행할 수 없을 정도의 건강상태는 아니라는 것이다. 이들은 현정부 출범이후 정재석 전 경제부총리나 주돈식 전 문체부장관 등이 건강상 문제가 생겼을때 김대통령이 즉각적인 인사조치를 하지 않았음을 들어 「다른 이유」가 있음을 암시했다.
청와대측은 이와관련한 갖가지 추측에대해 『사정차원에서 이루어진 것은 아니다』라고 강력히 말하고 있다. 청와대의 또다른 관계자는 『김대통령이 최근 외무부 운영의 문제점에 대해 관계기관으로부터 보고를 받은바 있다』며 『특정한 사안과 관련한 것이 아니라 외무부 관리의 총체적 책임을 물은 것같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의 말에 따르면 이 보고서에는 편파적 인사, 일부 직원의 공금유용 및 문란한 사생활, 해외공관의 방만한 운영 등의 내용이 담겨져있다는 것이다. 또 공장관이 대북문제와 관련, 김대통령과는 다소 다른 의견을 미국측에 전했다는 내용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공장관은 보고서의 사실여부와 관계없이 도의적 책임을 지고 스스로 사퇴를 결심했다는 추측이 지배적이다. 사의표명 의사를 전달받은 이수성 총리나 김광일 청와대비서실장도 김대통령에게 『모양새를 좋게 해서 물러나게 하는게 바람직하다』고 건의했다는 후문이다. 실제로 윤여준 청와대대변인은 신임외무장관을 발표하면서 이례적으로 『김대통령은 많은 외교적 공적을 쌓은 공장관을 높이 평가하고 있다』고 사족을 달았다.
외무장관의 경질로 인해 김대통령의 외교정책이 당장 새로운 변화가 있을 것같지는 않다. 다만 신임 유종하 장관이 자타가 인정하는 미국통이라는 점을 감안, 대미외교에 있어서 전보다 더욱 긴밀한 관계가 맺어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청와대의 한 외교관계자는 『우리 외교의 주상대국이 역시 미국이고 대북문제도 결국은 대미외교에서 풀어나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대북문제의 경우도 유장관이 2년여동안 김대통령의 측근에서 외교안보정책을 보좌해왔다는 점에서 기존의 강경 입장이 당분간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신재민 기자>신재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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