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가 찰 일이다. 작업 나간 병사가 공비에게 살해돼 종적이 사라졌는데도 소속부대가 그를 제대로 찾아보지도 않고 탈영으로 처리한 것도 어이없는 일이지만, 탈영보고 뒤에도 수색을 간청하는 부모의 호소를 묵살한 채 사살된 공비의 몸에서 피살 병사의 유품이 나오기까지 15일간 사건을 그대로 방치한 군 당국의 무신경에 이르러서는 벌린 입이 다물어지지 않는다.표종욱 일병의 사체는 6일 부대에서 5㎞밖 실종지점 부근 야산에서 발견됐다. 지난 10월22일 표일병 실종 뒤 군 당국이 한 일이라고는 부모에게 표일병을 찾아 귀대하도록 설득하라고 요구한 것 뿐이다. 부모가 부대를 방문해 혹시 공비에게 살해됐을지 모르니 찾아봐 달라고 간청했지만 소용이 없었다. 공비가 나올 곳이 아니라는 것이 그 이유였다.
병사가 실종됐으면 먼저 현장과 부대 인근을 수색하는 것은 상식이다. 더구나 그때는 평창지역 주민 3명이 마을 부근 야산에 내려온 공비에 의해 무참히 살해돼 군경계가 강화된 직후였다. 당연히 공비에 의한 피살상황을 상정해야 했고, 그랬더라면 공비 잔당의 도주를 미리 포착했을 수도 있었을 것이다.
표일병은 동계작전을 위해 싸리나무베기에 나섰다가 실종됐다. 전혀 개인적인 일로 부대를 나선 것이 아니다. 그런데도 귀대 않는 사병을 「탈영」 처리하고 말았다. 소속부대의 지휘관들은 어떤 사람들인지 궁금하다.
표일병의 어머니는 아들의 사망소식을 듣는 순간, 『종욱아!』 하고 외친 뒤 실신했다고 현장보도는 전하고 있다. 공비 잔당이 아직 남아 있는데 국방장관이 작전종결과 문책부터 말할 것이 아니라 이번 사건 전체에 투영된 우리 군의 모습에 심각한 고민을 해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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