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훈련 어떻게 받나/수중폭파·침투·낙하·1,000리 행군은 기본/때론 동료 가슴을 표적으로 사격도 한다/죽음의 그림자와 언제나 동행하는 곳/훈련이 끝나면 숨쉬는 인간병기가 탄생한다우리 특수부대의 전투능력을 가늠할 만한 「실제 상황」이 드물게 목격된 적이 있었다. 86년 12월 무장탈영한 해병중사가 포항근처에서 23명이 탄 시외버스를 탈취, 경부고속도로 추풍령휴게소에서 군과 대치했을 때였다.
당시 대규모 병력을 동원, 버스를 포위하고도 승객들 때문에 어쩌지 못하던 육군 모부대장은 결국 특수요원의 지원을 요청했다. 잠시후 허름한 봉고승합차로 현장에 도착한 5명의 요원은 인질범이 M16 자동소총을 난사하는 가운데 전광석화같은 몸놀림으로 버스에 접근했다. 이중 1명이 용수철처럼 튀어올라 버스 뒷유리창을 통해 단 한방으로 상황을 끝냈다. 12시간이 넘는 지루한 대치상황을 단 5분의 작전으로 끝내는 장면은 마치 영화를 보는 듯 했다.
이같은 전투능력을 갖추기까지 특수부대 요원들은 일반인은 엄두도 못낼 고강도 훈련을 거친다. 각 특수부대는 대개 24주의 기본훈련을 공통적으로 실시한다. 다만 부대의 특성에 맞춰 UDT/SEAL팀이나 해병대 특수수색대는 해상훈련 강도를, 특전사는 고공침투훈련과 산악훈련 강도를 강화한 것이 차이일 뿐이다. 그러나 기본훈련은 말 그대로 기본이다. 기본훈련을 마친 후에도 끊임없는 훈련을 통해 동물적·본능적 수준까지 전투능력을 갈고 닦는다. 『차라리 임무를 받아 작전에 참여하는 것이 더 편하다』는 것이 특수부대원들의 공통된 얘기이다.
특수부대 가운데서도 UDT/SEAL팀과 더불어 훈련이 혹독하기로 정평있는 해병대 특수수색대의 훈련 내용이 좋은 예다. 수색대원들의 기본훈련은 1주간의 저속 고무보트(IBS)조작과 접안법에서 시작된다. 수색대의 작전은 해안침투에서 시작되므로 IBS는 그야말로 개인화기만큼이나 몸에서 뗄 수 없는 필수장비다. 기본훈련 16주 내내 IBS 승선인원인 7명이 한 팀이 돼 육지에서건 해상에서건 IBS를 한 순간도 놓지 않는다. 기본훈련 경험자들은 하나같이 『훈련이 끝나면 목둘레가 0.5∼1인치 가량 늘어난다』며 『이때문에 제대후에도 입대전의 와이셔츠를 입을 수 없다』고 말한다. IBS는 자체 무게가 85㎏으로 모터무게까지 합치면 200㎏ 가까이 되기 때문이다.
기본훈련의 절정은 일명 「지옥주 훈련」으로 불리는 1주일간의 극기·생존훈련이다. 2년 3개월의 군생활과 일주일간의 이 훈련을 놓고 선택하라면 서슴지 않고 전자를 택한다고들 할 정도다. 『IBS무게로 인한 고통을 줄여보기 위해 런닝셔츠 2장을 2∼3㎝ 두께로 접어 머리에 얹고 전투모를 쓴다. 지옥훈련이 끝날때쯤이면 런닝셔츠가 해져 구멍이 뚫리고 머리털이 다 빠진채 머리가죽이 벌겋게 벗겨진다』는 것이다.
생활하수, 쓰레기 등이 뒤범벅된 시궁창과 하수구에서 고무보트를 머리에 이고 빡빡기는 것은 기본이다. 교관들은 인분 등 오물이 눈·코·입으로 밀려드는 것을 피해보려는 대원들에 사정없이 시궁창물 세례를 퍼붓고 고개를 오물속에 박아 넣는다. 수색대 간부는 『인간의 이기심에서 비롯된 수치심과 자존심에서 대원들을 해방, 어떤 극한 상황에서도 견뎌낼 수 있는 정신력을 키워주려는 것』이라고 훈련취지를 설명한다. 훈련뒤 성한곳 하나 없이 온갖 오물에 「절여진」 몸에 파상풍 예방주사는 필수다.
지옥주 훈련에서 특기할 만한 것은 담력훈련이다. 밤에 화장터로 보낸 대원이 오지 않아 찾아보면 화장을 앞둔 시체에 기대 졸고 있기 일쑤다. 『더이상 지옥이 따로 없다』는 생각 때문에 시체를 부둥켜 안고 있어도 무서운 생각이 들지 않는다는 것.
특전사 담력훈련에는 방탄복을 입은 동료부대원의 가슴에 권총사격하는 과정이 있다. 원시적이지만 담력과 함께 동료에 대한 신뢰감을 키우는 방법이다. 수색대의 남모중사는 『지옥주 훈련이 끝나면 근육 강도가 극대화해 육체가 어떤 상황에도 적응할 수 있게 체질변화가 일어난다』고 말했다. 맨 마지막주의 생존훈련은 무인도나 험준한 산악에 고립시킨 채 식량지원을 완전차단, 일주일간 초근목피와 개구리 곤충 등을 먹으며 살아 남도록 하는 훈련이다. 생존훈련을 마칠 때면 피골이 상접해 돌아오게 되며 이후 두끼는 죽을 먹으면서 위를 달래야 한다.
16주 기본훈련을 마치면 「맥주병」이 10㎞는 자유자재로 거뜬히 헤엄치고 물속에서 10시간 이상을 견뎌내는 「물개」로 변하게 된다. 그러나 기본훈련을 무사히 이겨 냈다고 곧바로 수색대원이 되는 것은 아니다. 공수·유격훈련과 천리행군이 기다리고 있다. 천리행군은 30㎏의 완전군장을 한 채 대관령에서 포항까지 400㎞를 산줄기를 타고 하루 50㎞정도씩 꼬박 8박9일 동안 걸어 내려오는 것이다. 이밖에 대원들은 동계 설한지 훈련 등 끊임없는 훈련을 통해 인간병기가 돼 간다. 백발백중의 사격술, 대검 투척술, 각종화기의 활용 등은 특수부대원이 갖춰야 할 기본기중의 기본기다.
해병대 특수수색대는 보름간격으로 해병대 훈련단에 입대하는 150∼200여명의 신병중 자원자에 한해 기본체력 테스트를 거쳐 무술 유단자나 운동선수 출신을 위주로 기당 10명을 선발한다. 신기하게도 편한 것이 최고인 세태 속에서도 매번 지원자가 넘쳐 경쟁률이 평균 5대 1에 달한다.
수색대 김모 소대장은 『이왕이면 좀 더 강인하게 신체를 단련할 수 있는 곳에서 군대생활을 하기 위해 해병대 특수수색대를 지원했다』며 『훈련이 힘들기는 하지만 추호도 다른 부대로 옮긴다는 생각을 해보지 않았다』고 말했다.<이진동 기자>이진동>
◎해병대 특수대원 체험기/낙오자는 거들떠보지 않는다/오직 본능만이 지배하는 시간/동료들의 눈이 소름끼쳤다
특수수색대원 교육은 아직 얼마되지 않은 나의 군생활중 가장 뚜렷이, 그리고 소중하게 자리잡은 기억이다.
그 가운데서도 「지옥주」의 기억. 선배들은 흔히 이 기간을 살아서 염라대왕을 만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고들 한다. 인간이 과연 7일동안 전혀 자지 않고도 온갖 혹독한 훈련과 정신적·육체적 고통을 견뎌낼 수 있을까.
공포의 지옥주는 일요일 0시에 전격적으로 시작됐다. 심야의 정적을 깨뜨리는 요란한 싸이렌 소리와 함께 교관·조교들의 무자비한 몽둥이 세례가 시작됐고 아수라장 속에서 우리 교육생들은 속옷 차림으로 집합해야 했다. 이날 밤 엉겁결에 찾아 꿴 전투복과 군화를 갈아 입고, 신을 기회가 그후 일주일간 다시는 없었다.
포항시내의 모든 배설물과 하수가 흘러드는 시궁창에 머리를 박고 낮은 포복을 하기도 했고 인간의 배설물로 세면과 양치질도 해 보았다. 무엇보다 쏟아지는 잠을 견디기가 어려웠다. 그러나 교관·조교들은 우리를 절대 가만두는 법이 없었다. 인간이 이토록 강하리라는 생각은 일찍이 해본 적이 없었다. 잠을 자지 못한 채 지칠 대로 지친 몸으로 거듭 훈련을 받다 보니 교육생 모두는 악이 받쳤다. 눈에는 살기가 서려 마주볼 때마다 소름이 끼칠 정도였다. 일명 「생식주」에는 식용이라고 상상조차 해본 일이 없는 초근목피와 뱀, 개구리 등을 끼니로 삼았다. 민간인들은 사치스런 보신식품으로 먹기도 한다지만 우리는 단지 추위와 배고픔을 이기기 위해, 나아가 죽지않고 살아남기 위해 산과 풀숲을 헤쳐 그것들을 찾아 먹었다.
이어 4주간의 전투수영훈련이 있었다. 섭씨 8∼9도의 물에서 인간이 버틸 수 있는 한계는 15분 정도라고 했다. 그러나 우리는 섭씨 10도의 바다에서 2시간이상 거센 파도와 추위를 이겨내야 했다. 영일만 파도 한복판에 내던져진 우리는 체온이 떨어지는 것을 막고자 끊임없이 팔다리를 움직여야 했다. 낙오자는 아무도 거들떠 보지 않았다. 앞으로 나아가지 않으면 죽음 뿐이었다. 스킨스쿠버 교육때는 추위보다도 수압이 공포로 다가왔다. 수압으로 고막이 터지기라도 하면 그동안의 끔찍한 고통이 수포로 돌아가 퇴교당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이 앞섰다. 100피트(약 30m) 심해 잠수중 교육생 한명이 몸이 얼어 가사상태로 떠올라 병원에 실려갔다. 다행히 생명은 건졌으나 우리는 공포로 몸을 떨어야 했다.
그렇게 4개월의 훈련을 버텨냈다. 우리 대원 모두가 느꼈던 고통과 훈련 뒤 해냈다는 자긍심은 어떤 말로도 표현하기가 어렵다. 해병 특수수색대가 최정예·최강의 부대임을 나는 믿는다. 또 내가 그 일원임이 한없이 자랑스럽다.<이기홍 하사>이기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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