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대화 적극 중재 가능성/안보분야선 긴밀한 동맹 유지/대북정책·시장개방 마찰소지미 유권자들은 올해 총선을 통해 권력균형의 근본적인 변화를 거부했다. 민주당 소속의 빌 클린턴 대통령에게 백악관을, 공화당에 의사당을 각각 맡겨 여소야대의 현 정국구도를 지지했다. 미국사회의 보수화 현상이 또 한차례 두드러진 이번 선거의 파장을 5차례에 걸쳐 분석한다.<편집자 주>편집자>
제임스 레이니 주한 미 대사는 지난달 31일 한미안보협의회의(SCM) 참석차 워싱턴을 방문, 내셔널 프레스클럽에서 한반도문제를 주제로 기자회견을 가졌다. 그는 이 자리에서 미 대선 이후 대한정책의 변화 가능성을 묻는 한 기자의 질문에 『백악관에 누가 들어서든지간에 (미국의)대한정책은 크게 달라질 게 없다』고 주저없이 대답했다.
클린턴행정부의 대한정책은 안보분야에서는 한미동맹의 강화와 대북개입정책의 추진, 통상분야에서는 한국 시장의 개방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워싱턴의 한반도문제 전문가들은 레이니 대사의 지적대로 「클린턴 2기」에도 미국의 기존 대한정책에는 근본적인 변화가 예상되지 않는다고 전망하고 있다.
선거전의 먼지가 가라앉으면서 미국정부가 우선적으로 서두를 일들은 공비침투사건과 북한에 억류중인 한국계 미국인 헌지커의 석방문제 등을 매듭짓는 것이다. 이밖에도 한동안 중단된 미사일 회담과 미군유해 공동발굴 작업 재개, 4자회담의 추진 등 수많은 현안이 기다리고 있다.
이 과정에서 미국과 북한간에는 또다시 주고받기가 불가피하며 한미간의 불화가 불거질 소지도 다분하다.
레이니 대사는 내셔널 프레스클럽 연설에서 『미국이 한국을 버리고 북한과 거래한다는 비난은 아주 위험한 난센스』라고 말했다. 하지만 한미 양국은 대북 접근에 관한 전술적 차이 때문에 자칫 불신의 골에 빠지기 쉽다.
특히 한국의 대선이 열리는 내년에는 남북관계에 극적인 돌파구가 마련되지 않는 한 대북정책을 둘러싼 한미 양국간의 마찰은 한층 심화할 가능성이 크다.
미 행정부는 대선기간중 발생한 공비침투 사건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북한측은 물론이고 한국측의 강경파들을 다독거리느라 진땀을 흘렸다고 소식통들은 전했다. 백악관 관리들은 북한의 공비침투 사건에 이어 한국군부가 팀스피리트 재개문제를 공언하는가하면 CNN방송의 보도로 추후 밝혀진대로 38선 일대에 병력투입 움직임을 보이자 『선거를 망치려는 자들은 대가를 치러야 할 것』이라면서 격노했다고 한다.
하지만 미국이 한국과의 긴밀한 동맹관계를 훼손하면서까지 대북관계 개선에 나서리라고 보는 이들은 거의 없다. 많은 전문가들은 미국이 중동문제에 접근해 온 방법을 예시, 차기 미 행정부가 남북대화의 중재에 보다 적극적으로 나설 가능성도 크다고 분석했다.
이같은 시각에서 차기 민주당행정부가 한반도문제의 획기적인 돌파구를 마련하기 위해 중동평화 방식의 최고위급 대화를 추진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이들은 내다봤다.<워싱턴=이상석 특파원>워싱턴=이상석>
◎우리정부 시각/“북 연착륙 유도 계속” 전망/공비사건 등 한반도 긴장해소책 예의주시
정부는 빌 클린턴 대통령의 재선 이후에도 북한에 대한 개입(ENGAGEMENT)정책을 중심으로한 미국의 대한·대북정책이 큰 변화없이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북한의 연착륙(SOFT LANDING)을 유도함으로써 북한 위기에 따른 한반도 무력충돌 가능성을 최대한 낮춘다는 기존 정책이 계속될 것으로 보는 것이다.
정부는 미국이 94년 북·미 제네바합의를 기점으로 국무부와 유엔주재북한대표부 사이의 이른바 「뉴욕채널」을 상시 가동, 북한과의 대화를 계속해 왔음에 유의하고 있다. 제네바합의 이후 거듭된 일련의 북·미협상이 한반도 안보의 「안전판」역할을 해왔으며 앞으로도 그러할 것으로 보는 것이다.
정부는 이같은 맥락에서 클린턴 2기 행정부 역시 지금까지의 협상의제를 중심으로 대북접촉을 계속하면서 중·장기적으로는 4자회담 등을 통해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을 추진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하지만 정부는 클린턴의 차기 행정부가 무장공비사건 등에 따른 당장의 한반도 긴장을 어떻게 풀어나갈지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윈스턴 로드 국무부차관보는 지난달 방한 때 북한의 사과와 재발방지 약속을 요구하는 우리 정부의 강경입장에 대해 『이해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제네바합의 이행의 정책적 우선순위를 남북대화에 두겠다는 미국의 입장도 전달했다. 이와관련, 정부 당국자는 『미국은 대선 후 북한의 태도변화를 이끌어내기 위해 압박정책을 강화할 것』이라며 『특히 압박을 통해 남북대화 유도에 정책의 우선순위를 둘 것』이라고 말했다.<장인철 기자>장인철>
◎경제계 시각/미 통상압력 더 거세질듯/자동차·통신분야 개방 현안 부각/환경·노동·투자 등 이슈도 다양화
정부와 국내 민간연구소들은 클린턴의 대통령 재선으로 미국의 통상압력과 시장개방 요구가 더욱 거세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경제계는 특히 자동차 통신분야의 국내시장 개방문제가 현안으로 등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같은 조짐은 최근 미국측의 여러 움직임에서 나타나고 있다. 미국의 무역진흥조정위원회는 얼마전 한국을 포함해 아시아 남미 아프리카지역 등 10개국을 거대신흥시장(BEMS)으로 선정, 환경 정보 의료 수송 에너지 금융 등 6개분야에 걸쳐 앞으로 5년간 수출을 현 수준보다 75%이상 늘린다는 야심찬 계획을 발표했다.
특히 미국이 우리나라에 대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을 계기로 국제사회에서 선진국 지위를 부여하면서 그동안의 이행점검보다는 새로운 무역협정 체결에 본격적으로 나설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선거이후 조각결과에 따른 정책변화의 가능성이다. 통상산업부 관계자는 『현재 장관의 교체가 불가피한 만큼 그 결과가 대외통상관계의 변수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연구소들은 미국의 통상공세가 기존 합의사항의 철저한 이행 및 식품유통기한 표준 검역과 검사제도등 기술적 장벽의 제거 등에서 구체화할 뿐 아니라 환경 투자 노동 등 새로운 이슈로 확대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주요 통상이슈로는 지금까지 진행되어 온 자동차 육류수입 지적재산권보호 주세문제 등 외에 미국이 비교우위를 가진 금융 보험 증권 통신 엔지니어링 등 서비스부문, 첨단기술 및 농산물 등이 꼽히고 있다.
미국은 이 과정에서 원하는 결과를 얻기 위해 세계무역기구(WTO)의 다자간 협상, OECD의 양자간 협상, 자국 통상법에 의한 쌍무협상 등을 총동원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정희경 기자>정희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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