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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게 정말 힘이되고 싶구나’/수험생 자녀와의 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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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게 정말 힘이되고 싶구나’/수험생 자녀와의 대화

입력
1996.11.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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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부나 빈말은 역효과 평소처럼 행동해야수능시험이 6일 앞으로 다가왔다. 이 한 주가 수험생들에게는 가장 힘든 시기이다. 일년 동안 계속해온 공부와의 싸움, 자기자신과의 대결에서 불안감과 무력감이 최고조로 증폭되기 쉬운 때다. 부모들은 자녀들을 위해 무언가 도와주고 싶지만 방법을 몰라 애태우기 일쑤이다.

『엄마가 「시험이 너한테 어려운 거면 다른 사람한테도 어려울 테니 불안해 하지 마」라고 하더군요. 그 말에 힘을 얻었어요』 작년에 수능시험을 치른 권민아양(19·고려대 신방과 1년)의 말이다. 재수를 경험한 채숙진양(20·서울대 소비자 아동학과 2)은 『어머니가 별 말씀을 안 하시고 평소처럼 편안하게 대해주는 게 좋았어요. 어쩌다 얼굴 표정을 읽고는 「힘들지?」 「앞으로 좋을 날 있다」고 말해줄 때면 더 힘이 났어요』라고 전한다. 구승현군(19·고려대 경제학과 1)은 『시험 당일 아침보다도 그 전날 밤에 가장 초조했어요. 엄마가 함께 있어주면서 「어떤 결과가 나오든 너는 사랑하는 내아들이다」고 하더군요. 덕분에 그날 밤 푹 잠들 수 있었어요』라고 들려준다. 작년에 아들 범서군(20·연세대 경영학과 1)의 수험생활을 지켜본 구연관씨(54·21세기 경제사회연구원장)는 『말없이 어깨를 두드려 주었을 뿐』이라고 말한다.

수험생을 둔 학부모의 고민은 극도로 긴장된 자녀의 마음을 말로라도 풀어주고 싶지만 대화의 방법을 잘 모른다는 사실에 있다. 그래서 평소에는 자녀와 거의 대화를 시도하지 않다가 시험이 임박해서 서툰 대화기술로 자녀에게 다가가기도 한다.

그러나 부모역할훈련 전문가인 심리학자 김인자 교수(64·서강대 평생교육원장)는 『차라리 아무 말도 않는 것이 최고』라고 역설적으로 표현한다. 이 때쯤 수험생은 극도로 신경이 날카로와져 있는데 도와주겠다고 나서는 행동 자체가 심리적 부담을 주기 십상이라는 것. 긴장하지 말라는 말, 무얼 먹으라고 채근하는 일, 잊는 게 없도록 자주 하는 당부 같은 것은 부모의 불안을 자녀에게 투사하는 셈이어서 절대 금물이라고 한다. 대신 『아이의 마음을 읽어주는 거울 역할을 하라』고 말한다. 『힘들지?』 『엄마 아버지는 너를 도와줄 준비가 되어있으니 언제 어떻게 하면 좋을지 네가 말해』 같은 말을 편안하게 건넨다거나, 아이가 제 긴장에 못이겨 짜증이라도 내면 『엄마는 널 도와주지 못해 답답해』하고 부모의 마음을 전하면서 가끔 껴안아주고 손을 꼭 잡아주라고 권한다.

김문주 박사(46·서울심리교육연구소장)는 부모들에게 『그저 평소처럼 행동하라』고 권한다. 『시험, 잘 못 봐도 돼』같은 마음에 없는 말이나 교회나 절을 찾아 기도하는 행동은 모두 자녀에게 압력으로 비친다고 한다. 김박사는 『수험생의 불안은 사실은 모두 부모한테서 온다』며 『불안이 높은 수험생은 시험때 제 실력을 발휘하지 못한다』고 들려준다. 차라리 이 때쯤 되면 밤 12시 전에 자고 아침 6시30분 정도에는 일어나도록 습관화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상오 시험시간에 두뇌가 제 기능을 하게 하려면 아침 일찍 일어나는 게 좋다. 또 어깨를 주물러 주기 보다는 수험생 스스로 가벼운 운동을 하게 만들라고 일러준다. 『가벼운 체조, 기지개 같은 것이 도움이 된다. 시험당일 떨리면 손을 꼭 쥐었다 폈다를 몇번 해도 긴장이 사라진다』고 말한다.<서화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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