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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동복시장 주도권 정면충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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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동복시장 주도권 정면충돌

입력
1996.11.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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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대문 ‘가격파괴’냐 남대문 ‘가격질서’냐/‘동’ 헐값전략에 ‘남’ 제품공급중단 맞서「가격 파괴」와 「가격 질서유지」중 어느 쪽이 우선인가. 국내 의류도매상가의 대표격인 서울 남대문시장과 동대문시장이 아동복 가격문제를 둘러싸고 정면 대결양상을 보이고 있다.

동대문시장의 덕운상가와 흥인상가 아동복취급상인 113명은 지난 9월 남대문시장의 가격 및 물량통제행위가 공정거래법에 위반된다며 공정거래위원회에 제소했다.

이번 사건은 최근 가격파괴형 할인점들이 전국적으로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가격파괴」를 가로막는 행위를 문제삼고 있는 동대문시장측과, 3만여명에 달하는 전국 아동복판매업자와 중소제조업체들의 사활이 걸린 문제로 「가격 질서유지」가 선행되어야 한다는 남대문시장측의 주장이 팽팽히 맞서 공정위가 어느 쪽 손을 들어줘도 그 파문과 후유증은 엄청날 전망이다.

동대문시장측은 평소 「부르뎅」 「마마」 「포키」 「크레용」 「포핀스」 「원」 등의 아동복 상표제품을 남대문시장으로부터 공급받아 이를 전국 소매상들에게 넘겼으나 추석대목을 앞두고 갑자기 제품공급이 중단됐으며 이는 남대문시장이 동대문시장에 대한 제품공급을 가격질서유지란 명분아래 사실상 통제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남대문시장측은 동대문시장상인들이 그동안 상표를 뗀 철지난 재고품을 헐값에 받아 팔아온 것이 관례였으나 최근 막대한 현찰을 앞세워 남대문시장이 공급하는 가격보다 30%정도 싼 값에 상표를 떼지않은 물건들을 대량 매입해 남대문시장보다 더 싸게 지방상인들에 공급함으로써 가격질서를 파괴했다고 맞서고 있다.

두 시장은 도매시장이란 점에서는 비슷하지만 남대문 아동복상가는 제조까지 겸한 상권이고 동대문의 덕운 흥인상가는 순수한 도소매기능만 하고 있다는 점에서 판이하게 다르다. 이 때문에 두 시장은 라이벌이 될 수도 있고 협력자가 될 수도 있는 미묘한 사이다. 남대문측은 상표까지 공동개발해 제품을 생산하고 있다는 자부심을 갖고 있고 동대문측은 막강한 현찰이라는 현실적인 힘을 내세우고 있다.

양측간의 힘겨루기는 제조업체를 거느리고 물건을 파는 남대문시장에서 물건을 받아간 동대문시장이 어떻게 남대문보다 더 싸게 물건을 팔 수 있는가에서 시작됐다.

경기부진으로 자금난에 허덕이는 남대문시장 입주상인중 7개 상표의 아동복취급업소가 현찰의 위력에 눌려 지방소매상들에 공급하는 가격보다 30%정도 싼 값으로 동대문상인들에게 물건을 넘겼고 동대문상인들은 이익을 적게 붙여 소매상들에게 넘겼다. 지방 소매상들이 남대문보다 값이 싼 동대문으로 몰린 건 당연하고 이에 남대문은 한판 싸움에 나설 태세를 갖추게 된 것이다.

공정위는 최근 남대문시장에 대한 현장조사를 끝냈으나 아직 결론을 못내리고 있다. 개별사업자의 자유로운 가격결정과 차별적 거래금지라는 차원에서는 동대문측 주장이 타당하지만 자체적으로 공동상표를 개발해 키워온 중소제조업체 중심의 남대문측에 대한 충격이 심각할 것이라는 현실론 때문이다.<이상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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