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0여년간 성장의 원동력은 우수한 인력/이제 살아남는 길은 창의력 배양에 달려지구촌 경쟁에서 이기기 위하여 한국경제는 경쟁력 향상이라는 절체절명의 과제에 부딪히고 있다. 최근 정부가 「경쟁력 10% 높이기 운동」이라는 과제를 설정하고 다양한 후속조치를 내놓은 것도 이러한 난국을 헤쳐 나가려는 노력의 일환으로 볼 수 있다. 이 운동은 내용면에서 그동안 정부 기업 학계 등에서 대두되어 온 많은 주제들과 맥락이 크게 다르지 않다. 지금까지 거의 모든 주제가 도로, 항만등과 같은 사회간접자본에의 투자나 기술개발 같은 하드웨어 측면에 주안점을 두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경쟁력 제고에서 이러한 하드웨어의 중요성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그러나 여기서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점은 이 하드웨어를 제어하는 소프트웨어의 문제이다. 제도의 개선, 규제의 완화 같은 소프트웨어 측면의 논의가 부족하다는 것은 아니다. 강조하고 싶은 것은 시스템을 운영하고 전략을 결정하는 인간과 문화, 사고방식 등 그동안 앞만 보고 달려오느라 미처 생각하지 못한 우리의 머리와 가슴에 관련된 소프트웨어의 중요성이다. 소프트웨어 측면의 노력은 단기적 성과에 급급하는 근시안적 시각에서는 기대할 수 없는 일이고, 수십년 후를 내다보는 장기적인 안목으로만 실행이 가능하기에 그 중요성을 인식하는 것이 더욱 필요하다.
소프트웨어적 요소는 경쟁력을 포함한 사회전반에 막강한 힘을 행사한다. 그 요소에는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대표적으로 인간능력, 조직문화, 도덕성, 교육, 가치관, 질서의식등을 들 수 있다. 이중 필자가 특히 주목하는 것은 인간능력, 그 중에서도 창의력이다. 우리가 지난 40여년간 이루어온 성장의 근간은 상대적으로 우수한 인력에 있었다. 앞으로도 엄청난 천연자원이 하늘에서 뚝 떨어지지 않는 한 발전의 원동력은 인력이라 할 수 있다. 지구촌 경영에서 이기기 위한 인력은 우수하고 부지런한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새로움을 선도해 갈 수 있는 창의성을 겸비해야 한다.
창의성을 활용하여 국제경쟁을 주도하는 우리 기업의 수도 적지 않다. 그러나 왜 더 많은 기업들이 그렇지 못할까. 한국 사람들의 타고난 창의적 영감이 뒤떨어지기 때문이라는 것은 변명이 될 수 없다. 세계를 떠들썩하게 하는 음악신동 장영주의 예를 보아도 알 수 있다. 문제는 한국이 장영주를 낳았지만 길러내지 못했다는 점에 있다. 이를 음악 한 분야의 특수현상으로만 치부해 버릴 수 있을까. 어느 교수의 경험담에 의하면 단순한 벽돌의 용도에 대해 20명의 미국 초등학생과 100명의 한국 대학생들에게 똑같이 질문했을 때, 미국 초등학생들은 100여가지의 사용상황을 찾아낸 반면 한국 대학생들은 10여가지 밖에 찾아내지 못했다고 한다. 경쟁력 제고에 대하여 고민하는 우리에게 이 이야기는 많은 것을 시사해 준다.
우리 사회와 기업 그리고 가정이 창의성 배양에 얼마나 긍정적인 역할을 했는지 진지하게 생각해 보아야 한다. 입시위주의 고등학교 교육에서는 말할 것도 없고 대학교육에서조차 창의성 제고를 위한 노력을 찾아보기 어렵게 되어가고 있다. 대학교육의 많은 부분이 마치 취업준비 학원처럼 변질되어가기 때문이다. 취업용 간판이 되어버린 일부 대학교육은 국가적 낭비임을 인식하고 진정한 대학교육의 가치를 회복해야 한다.
그나마 살아남은 창의성은 사회 조직으로 들어가며 더 큰 난관을 겪게 된다. 우리 조직들이 가지고 있는 관료제도, 가부장적 제도를 생각해 보라. 충성심 단결력이라는 미명 아래 일사불란하게 개미처럼 움직이는 구성원을 원할 뿐이다. 반문하고 새로움을 제안하는 노력을 반기는 조직은 그리 흔치 않다.
창의성은 경쟁력의 초석이다. 국내의 유수 기업들의 성공적인 혁신 뒤에는 창의적이고 자발적인 기업문화를 창출하려는 피나는 노력이 있었음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잠재된 창의성을 개발하고 활용하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창의성을 우리 것으로 만든다면 경쟁력 향상에 큰 힘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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