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객전도는 어떤 일에 입장이 뒤바뀌었음을 뜻한다. 「죽음의 호수」 「거대한 시궁창」이라는 시화호사태도 한 예라 할 수 있다.연초 환경운동연합은 시화호의 이장을 당국에 알리고 대책을 촉구했다. 모두 12차례의 문제제기에 관의 답변은 줄곧 하나였다. 「우리가 알아서 할 일이며, 별 문제가 없다」. 장마철 방류를 앞두고 회원들이 선상시위를 했을 때도 관의 주장은 변하지 않았다. 우리가 알아서 할 일을 시민들이 왜 참견하느냐는 것이었다.
하지만 최근의 감사원 감사결과 발표는 폐수처리부실, 하수관 이상방치, 공장폐수 방류묵인 등 모두가 당국의 잘못으로 결론지었고 5,000억원을 들인 간석지의 꿈은 무산될 위기에 있다. 이를 다시 회복하는 데만 4,400억원이 든다니 기가 찰 일이다.
수도권의 「젖은 쓰레기사태」도 마찬가지. 침출수 증가로 인한 매립장일대의 오염확산과 제방붕괴 위험 때문에 매립장 인근 주민들이 나선 것은 지난 5월이었다. 8차례나 서울과 인천시 및 경기도를 방문해 대책을 호소했지만 해당 지자체의 답변은 시화호때와 똑같았다. 결국은 오염 실상이 드러나 이달초 한차례 소동이 있고서야 대책마련에 뒤늦게 부산을 떨고 있다.
쓰레기발효기, 건조기가 고안되는가 하면 전용봉투가 만들어지고 있다. 음식점의 남은 음식물 가져가기 운동도 펼쳐지고 있다. 집집마다 젖은 쓰레기의 물기를 빼느라 헌 스타킹과 양말이 갑자기 귀해졌고 업소마다 또다른 쓰레기대란이 일고 있는 것이다.
지난 4일 열린 관민합동쓰레기 대책회의에서 한 주민대표는 이렇게 열변을 토했다. 「관이 해야 할 일을 시민이 하고 있으니 주객전도가 아닌가」. 시화호와 수도권의 젖은 쓰레기 사태는 관이 못할 경우 시민이라도 나서야 하며, 힘을 합해 노력하면 제2의 시화호사태는 막을 수 있다는 교훈을 일깨워주고 있다.<논설위원실에서>논설위원실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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