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썽이 난 시내버스 요금인상과 노선조정을 둘러싼 비리를 근절하기 위해 서울시가 내놓은 종합대책은 너무 성급한 것같다. 과연 그런 대책만으로 난마처럼 얽힌 버스문제가 해결될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을 갖게 한다. 버스비리가 터진게 불과 지난주의 일이다.정말로 실효성 있는 버스비리근절 종합대책을 내놓으려면 요금인상 과정에서는 무엇이 문제고, 노선조정비리는 왜 생겨났는지에 대한 정확한 원인부터 조사·분석해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 아무리 시민들의 분노가 하늘을 찌를 듯이 격앙됐다 해도 대책마련은 냉정한 이성을 갖고 원인을 하나하나 따져 대응책을 내놔야 한다.
버스비리의 원인중에는 버스업체의 영세성, 변화된 교통환경이 버스사업의 수지를 악화시키는 데서 기인된 구조적인 것도 있을 수 있다. 이러한 구조적 비리를 없애려면 버스업자가 아무리 밉더라도 서울시가 재정지원을 하는 등 적극 대책과 예산 뒷받침도 있어야 한다. 그러한 근본대책이 빠진채 요금인상과 노선조정에 비리개입만 차단할 수 있는 소극대책만 제시해서는 안된다.
비리가 터지자마자 덜렁 내놓을 정도로 서울시내버스문제가 간단하다면 얼마나 좋겠는가. 그래서 우리는 서울시의 이번 종합대책을 시민들의 지탄이나 우선 피하고 보자는 데서 나온 졸속대응 방안이라고 밖에는 더 이상 평가할 수가 없는 것이다.
이번 버스비리의 꼬리를 잡은 주체는 물론 시민단체였다. 그 값진 노력에 찬사를 아끼고 싶지 않다. 하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행정이 할 일과 시민단체가 할 일은 명확히 구분돼야 한다. 그래서 우리는 서울시 종합대책의 핵심내용인 버스노선조정 및 요금조정에 시민단체가 참여하는 「심의위원회」를 도입하겠다는 것도 꼭 긍정적으로 보기가 어려운 것이다.
시민단체 참여제도가 이번의 경우처럼 요금인상이나 노선조정에 공무원과 업자가 결탁하는 비리를 막을 수 있는 한 방편이 될 수 있을는지는 모른다. 그러나 시민단체 2개 대표와 전문가 2명이 참여한다 해도 요금인상이나 노선조정의 세부작업은 공무원들이 주체가 될 수밖에 없다. 시민단체 대표나 전문가는 잘못하면 제대로 역할도 못하고 공무원의 잘못에 면죄부나 주고 들러리나 서고 말 소지가 없지도 않을 것이다.
이번 대책을 더 부정적으로 보면 서울 시정이 시민단체가 입회하지 않으면 공정성과 투명성을 보장받을 수 없다는 아주 본질적인 문제에 부딪칠 수도 있다. 또 다른 차원에서 보면 서울시는 공무원 부정이 무서워 행정권을 포기하겠다는 것으로 볼 수도 있다. 전국 인구의 4분의 1을 포용한 수도 서울시의 행정력이 버스문제 하나도 스스로 해결 못하고 시민단체에 의존하겠다는 것은 무소신의 극치라 아니할 수 없다. 조순 시장은 그것부터 깨달아야 한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