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사정 ‘겹겹악재’에 급속 하강국면둑이 터진듯 주가가 무섭게 빠지고 있다. 4일 연중최저치가 무너진데 이어 5일에도 다시 13포인트이상 하락, 「증시공황」의 위기감이 짙어지고 있다.
전장 한때 21포인트이상 급락했던 주가는 증시부양설에 힙입어 하락폭이 좁혀졌으나 폭락장세의 흐름을 바꿔놓지는 못했다. 이날 주식값이 하락한 종목은 올들어 가장 많은 832개, 하한가 종목은 208개에 달했다.
지난달 중순 근로자주식저축 발매를 계기로 반짝 상승세를 보였던 주가는 22일부터 급락세로 반전, 13일동안 무려 98.97포인트가 빠졌고 최근들어 하락세에 가속도가 붙고 있다. 현재 담보유지비율이 130%미만인 담보부족계좌는 1,670개, 100%미만인 깡통계좌도 26개에 달하고 있다.
증시 관계자는 『증시 안팎의 여건이 모두 최악의 상태인 만큼 시장체력을 회복하는데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라며 『그러나 단기급락에 따른 자율반등도 기대해볼만한 시점』이라고 지적했다.
최근 증시폭락은 경기하강과 주식 수급사정 악화 등 구조적 문제와 금융권 사정이라는 돌출 악재가 맞물려 연쇄하강효과를 일으킨데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우선 고객이 증권사로부터 돈을 빌려 주식을 사들인 신용융자잔고가 갈수록 늘어 3조원에 육박하는 반면 대기매수세력과 다름없는 고객예탁금은 격감, 2조5,000여억원에 그치고 있다. 신용융자잔고는 활황시 탄탄한 가수요역할을 하지만 약세장에선 악성매물로 둔갑, 주가의 발목을 잡는다. 이달중 신용만기물량만 해도 9,000억원에 달해 증시의 숨통을 죌 전망이다.
반면 주식 공급물량은 이달중 기업공개 및 유상증자 약 6,700억원, 한국통신주식 매각 5,000억원 등 총 1조1,700억원에 달할 예정이다. 공급물량은 산더미처럼 쌓여있는데 수요는 미미해 마치 계란으로 바위를 치는 장세다.
갑작스레 들이닥친 금융기관 사정소식은 울고싶은 증시의 뺨을 때리는 꼴이 되고 말았다. 구조적 악재에 시달려 「파김치」가 된 증시의 발목에 큼직한 바윗돌을 하나 더 매단 셈이다. 김영삼 대통령 취임과 함께 사정설이 유포된 93년 2월23일∼3월6일중 주가가 676.62에서 605.93으로 하락했듯 이번 사정도 엄청난 파장을 몰고올 것이라는게 전문가들의 관측이다.
이밖에도 경제성장률의 둔화와 이에 따른 기업의 실적악화, 환율 및 시중 실세금리 상승세 등은 증시에 먹구름을 더하고 있다. 시장의 버팀목인 기관투자가와 외국인투자자도 「팔자」세력에 가세, 주가 추락세를 부추기고 있다.
주가 하락폭이 커지면서 최근 연·기금에 대한 주식매수 확대요청, 공기업민영화일정 연기 등 증시부양을 위한 조치가 나왔지만 그 효과는 오래가지 못했다. 밑빠진 독에 물붓는 격이었다.
투자자들은 ▲금융기관 증자유보 ▲연기금의 주식투자 제약조건 완화 ▲은행의 특정금전신탁 만기 연기 등 각종 부양책이 곧 나올 것이라는 소문에 한가닥 희망을 걸고 있다. 그러나 수급불균형 경기하강 금융권사정 등 증시를 짓누르는 근본적인 악재가 개선되지 않는한 증시불황은 쉽게 끝날 수 없을 전망이다.
증권 전문가들은 『신용잔고 수위가 높은 소형재료주와 단기 반등폭이 컸던 종목의 보유물량을 축소하고, 새롭게 부각되는 자산주와 민방 환경관련주중 저가주를 선별, 단기전략을 펴야할 것』이라고 지적했다.<남대희 기자>남대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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