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가 어려워 사회가 어수선하다. 물가 성장 국제수지 등 3대 경제지표가 일제히 적신호를 나타내며 국민의 불안심리가 확산되는 등 일찍이 볼 수 없었던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지금의 위기는 단순히 경제정책만으로 치유할 수 있는 정도를 넘어섰다.사실 오늘의 위기는 우리가 헤쳐온 고난에 비하면 별것 아닐지도 모른다. 우리는 기술 자본 자원 등 어느 것 하나 제대로 갖춘 것 없이 무에서 유를 창조하며 세계경제사에 신화를 만들지 않았던가. 「헝그리 정신」과 근검절약 자세가 이를 가능케 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그 정신과 자세가 사라져가는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고 생각한다. 자칫 선진국 진입의 문턱에서 주저앉은 남미의 몇나라처럼 되지 않을까 걱정이다.
사치와 향락에 물든 나라나 사회는 동서고금 예외없이 몰락했다. 우리의 경우 어려운 경제 여건에서도 향락산업은 날로 번창하고 과시를 위한 과소비가 국민의 소비생활 뿐 아니라 정치 외교 교육 문화 심지어 스포츠에까지 만연해 있다.
더욱이 정부는 「세계 5강」이니 「G7」이니, 몇년 안 있으면 국민소득 3만불시대니 하며 벌써 선진국이나 된 것처럼 과잉 홍보해 국민들의 소비성향을 부추겨 사회에 과소비 풍조가 정착되는 결과를 낳았다. 그 분수에 넘치는 행동이 지난 30년간의 고도의 압축성장 과정에서 파생된 급하고 거친 매너와 공격적인 이미지가 한데 어울려 나라안에서뿐 아니라 세계 곳곳에서 문제가 되고 있다. 보신관광 도박관광 등이 그것이다.
지금의 위기를 모두 깊이 인식해 경각심을 갖고 정신무장을 다시 해야 한다. 정치가는 정치가대로 공무원은 공무원대로, 기업인은 기업인대로, 근로자는 근로자대로, 학생은 학생대로, 군인은 군인대로 할 일이 너무도 많다.
세계화의 시대에 애국심에 호소해 국가경제를 비롯한 나라 살림을 꾸려가겠다는 것이 시대착오적인 발상이라고 할지 모른다.
그러나 선진사회냐 후진사회냐의 차이는 결국 국민의 의식수준에 의해 결정된다. 더욱이 오늘날과 같이 자국 이익 최우선주의가 팽배한 국제사회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역설적으로 국민의 자각과 협조가 더욱 더 요청된다.
과거와 같은 정부 주도보다는 선진국처럼 자발적으로 구성원 모두가 희생을 감내해야 한다. 남을 탓하지 말고 『나부터』라는 자세로 열심히 일해야 한다.
할 일은 너무도 많고 선진국으로 가는 길은 아직 멀고 험하다. 그러나 그 길은 우리의 정신자세에 따라 얼마든지 넓고 곧은 길이 될 수 있다.<미 피츠버그주립대 교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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