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노벨경제학상 미 클라인 박사­한국경제연구원 손병두 부원장 대담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노벨경제학상 미 클라인 박사­한국경제연구원 손병두 부원장 대담

입력
1996.11.06 00:00
0 0

◎“한국,물가 못잡으면 경쟁력 상실”/5%내 억제·환율안정·자본개방 꾀해야노벨 경제학상(80년) 수상자이며 미국의 대표적 계량경제학자인 로렌스 클라인 박사(76)는 5일 한국경제가 지속적인 경쟁력을 갖기 위해서는 생산성을 높이고 단위비용을 줄여야 하며 특히 물가를 5%이내에서 억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클라인 박사는 또 『자본비용을 낮추고 선진기술을 흡수하기 위해서라도 해외투자자에게 한국자본시장을 더 개방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전경련 산하 한국경제연구원(KERI)이 이날 여의도 전경련회관에서 개최한 「세계경제세미나」에 참석, 세계 경제의 중장기전망에 대해 발표한 클라인 박사는 세미나에 앞서 손병두 KERI 부원장과 가진 대담에서 이같이 밝혔다. 클라인 박사는 계량경제모형을 이용한 세계경제전망이라는 새로운 분석의 틀을 창안한 공로로 노벨상을 수상한 원로학자로 경제전망에서 세계적 권위를 인정받고 있는 미 펜실베니아대학의 와튼계량경제연구소를 세웠다.<편집자 주>

손부원장―세계경제는 교역량의 엄청난 증가, 세계무역기구(WTO)의 출범 등 거대한 변혁기를 맞고 있습니다. 세계화(Globalization)가 빠르게 진행되는 가운데 한편에선 EU(유럽연합) NAFTA(북미자유무역협정)와 같은 지역주의가 교차하고 있습니다.

○세계화 외면땐 고통

클라인 박사―세계화는 누구도 거역할 수 없는 대세입니다. 외면하면 어려움을 겪거나 실패할 것입니다. 동아시아에서는 역내교역이 놀라운 속도로 증가하고 있고 많은 전문가들이 회의적으로 생각하던 지역협력체가 자리잡고 있습니다. 지역주의는 부정적인 것만이 아니며 결국 복합적인 형태의 세계화로 가는 단계라고 생각합니다.

손―미국경제는 이제 본격적인 회복단계에 접어들었습니다. 미국경제회복이 한국경제에 미칠 영향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고부가가치 분야로

클라인―미국 경제회복은 재정과 화폐정책의 균형때문에 가능했습니다. 미국은 80년대를 통해 엄청난 재정적자와 부채를 안게 됐는데 90년대이후에는 대폭적인 군사비지출 삭감등의 재정정책을 통해 적자를 크게 줄일 수 있었습니다. 미국정부는 성장잠재력을 2.3%로 보고 있지만 나는 3%이상이라고 생각합니다.

미국은 유연한 노동시장, 고등교육의 질적향상, 정보 소프트웨어 등 고부가가치분야에서의 높은 기술력때문에 앞으로도 성장가능성이 높다고 봅니다. 특히 실리콘밸리의 많은 벤처기업들이 보여주는 왕성한 기업가정신이 큰 원동력이 되고 있습니다.

손―오늘 실시된 미국 대선결과가 미국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요.

클라인―클린턴의 재집권이 확실시되기때문에 별 변화가 없을 것입니다. 기업들은 이런 예상에 맞춰 준비를 끝냈습니다. 설사 선거결과가 달라진다 해도 경제는 새로운 상황에 대응하는 놀라운 적응력이 있습니다.

손―최근 한국경제는 성장둔화와 함께 경상수지악화 그리고 물가상승의 3중고를 겪고 있습니다. 올해와 내년의 경상적자 폭은 GDP의 4%내외에 달할 것으로 보이며 성장률은 7%미만이 되고 외채는 조만간 1,000억달러에 달할 전망입니다. 현재의 어려움을 극복하는 단기적 처방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완만한 성장기 돌입

클라인―영원히 10%이상의 고도성장을 지속할 수는 없습니다. 한국이 몇십년째 고도성장을 유지하는게 오히려 놀라운 일입니다. 정상적인 경제성장은 S자커브를 보입니다. 한국은 고도성장기를 지나 이제 6∼7%의 완만한 성장기에 들어섰다고 생각합니다.

국가의 경쟁력을 좌우하는 변수는 생산성 환율 단위비용 등인데 이중 한 요소가 약해지면 다른 요소로 보강해야 합니다. 가장 근본적인 과제는 기술개발로 생산성을 높이는 것입니다. 또 환율을 안정적으로 유지해야 하고 물가는 5%이내로 억제해야 합니다. 고급기술인력 확보를 위해 교육에 대한 투자도 중요합니다. 임금인상도 생산성 증가를 초과해서는 경쟁력을 가질 수 없습니다.

손―한국경제는 경쟁력을 저해하는 비용요인중 높은 금리 등 자본비용이 너무 높다는 어려움을 안고 있습니다. 최근 OECD 가입으로 금융산업의 개방과 민영화를 통한 금융산업의 효율성제고, 예컨대 금리인하에 대한 기대가 커지고 있습니다. 자본비용을 낮추는 방안은 무엇입니까.

○외자 직접참여 유도

클라인―개도국이 해외자본을 끌어들일 때는 부채형태보다는 직접적인 자본참여형태로 하는게 바람직 합니다. 자본시장에서 장기적이고 안정적인 자본에 대한 접근이 쉬운 여건이 조성돼야만 자본비용을 줄일 수 있습니다. 자본비용 절감이나 외국선진기술 습득을 위해 외국자본의 직접참여를 유도해야 합니다.

손―한국에서는 많은 기업들이 생산시설을 해외로 옮겨 산업공동화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고 있습니다. 미국도 과거 비슷한 경험을 한바있는데.

클라인―기업의 해외투자를 「일자리를 해외에 수출하는 것」이라고 비난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효율성 측면에서 자연스럽고 바람직한 일입니다. 과거 일본이 한국이나 대만의 추격을 벗어나기 위해 산업구조를 고부가치분야로 전환했는데 아이러니컬하게도 이제 한국이 그런 위치에 왔습니다. 이같은 산업구조 조정과정에서 시급한 일은 한계산업분야 근로자들이 고부가가치분야로 옮겨갈 수 있도록 교육과 제도를 갖추는 일입니다. 위험을 무릅쓰는 기업가정신이 바로 경제발전의 중요한 원동력입니다.

미래에는 변화에 가장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는 경제구조를 가진 나라가 가장 앞서나갈 수 있을 것으로 확신합니다. 모든 분야에서 이같은 유연성을 가져야 합니다.<정리=배정근 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