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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적 대북지원 중단 말기를/스티븐 W 린튼(특별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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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적 대북지원 중단 말기를/스티븐 W 린튼(특별기고)

입력
1996.11.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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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잠수함 사건과 관련해서 한국정부가 국제아동기금(유니세프)이 북한 의약공장 재건축 때 원조하기로 했던 35만달러(한화 약 2억9,000만원)를 유보시켰다는 소식을 듣고 한국 국민들께 인도적 차원의 대북지원은 중단하지 말아줄 것을 요청하기 위해 편지를 씁니다. 북한의 침입에 대한 깊은 우려에 공감하면서도, 나는 한국의 지원이 북한 어린이들의 복지에 얼마나 중요한지 보여드리기 위해 토니 홀 미 하원의원과 함께 지난 여름 방북했던 일을 들려 드리고자 합니다.미 기아문제 전문가인 민주당의 홀의원과 나는 자동차를 갑자기 멈추고 한 농가에 들어갔습니다. 북한 안내원들은 매우 화를 냈고, 미 하원의원과 주민이 직접 대면하는 것을 크게 두려워했습니다. 홀 의원은 문을 두드렸습니다. 한 노인과 소녀가 잠시 우리를 유심히 바라보더니 마지못해 들어오라고 했습니다. 이 초가에는 3대가 함께 살고 있었습니다. 5세된 소녀는 외국인을 처음 대했겠지만 천진한 미소를 지었으며 내가 한국말을 하자 반갑게 나를 껴안았습니다.

그러나 그 소녀를 들어 올렸을 때 나는 그 소녀가 몹시 아프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소녀의 볼은 병색이 완연했고 다리는 약했으며 숨을 쉴 때마다 작은 몸을 떨었습니다. 식량에 대해 물었을 때 소녀의 할아버지는 작은 냄비에서 익고 있는 옥수수를 가리켰습니다. 앓는 소녀의 어두운 미래가 우리를 아프게 했습니다.

남한의 지원금으로 재건축하려는 북한의 시설은 심한 설사로 부족해진 염분을 대신해주는 약을 생산하는 공장입니다. 의료 전문가들에 따르면 설사와 폐렴은 이 소녀와 같은 영양실조 어린이들에게서 가장 많이 발생한다고 합니다. 전략적인 면에서도 어린이들을 구하는 것은 좋은 일입니다. 북한 어린이들은 적어도 15년 동안은 총을 들지 않을 것입니다. 노인들을 기근에서 구하는 것도 남한에 이익을 가져다 줄 것입니다. 노인들의 기억이 없다면 젊은 사람들은 남한에 사는 사람들을 잊어 버릴 것입니다.

한국인은 일류 경제를 이룩하고 민주주의의 뿌리를 깊이 내렸습니다. 그러나 한국인은 한국전쟁과 그 후의 대치상태 때문에 상처를 받고 있습니다. 외국인들은 왜 많은 한국인들이 북한인들에게 동정심을 표시하지 않는지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유니세프의 프로젝트에 한국인이 도움을 준다면 홀 의원과 같은 많은 한국의 친구들에게 큰 격려가 될 것이고, 한국의 이미지를 고양시킬 것입니다.

비록 북한 관리들에게서 감사표시를 받지 못하더라도 한국민들의 헌신은 결코 헛되지 않을 것입니다. 북한에 대한 한국민들의 동정어린 관심은 한반도에 교류의 채널을 지속시킬 것이며, 한반도 평화와 화해의 새벽을 열 것입니다.<미 유진 벨 센테니얼 재단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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