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 돌보기는 당연히 내 몫/남자 마음 넓어봤자 여자 치마폭 정도…『남자가 체신머리 없이 밥하고 부엌일 하고 아이까지 돌보다가 그도 모자라 동네방네 자랑을 하고 다닐까.』 나이드신 어른들한테 이런 핀잔 듣기 딱 좋은 남성이 있다. 주말이면 아내 대신 6살과 8개월 된 두 딸을 돌보는 양선모씨(33·국민회의 유재건 의원 비서관). 그는 지난 10월말부터 「여성신문」에 육아 체험기를 연재하고 있다.
『아버지는 어머니와 마찬가지로 육아를 당연히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양씨는 『최근 국정감사 때문에 집안 일에 다소 소홀해지자 아내가 스트레스를 받는 것 같다』고 걱정할 정도로 페미니스트이다. 주말이면 둘째딸의 우유 먹이기와 기저귀 갈기, 잠재우기까지 온통 그의 차지라 편안히 쉴 시간이 없지만 양씨는 즐겁기만 하다.
양씨는 『남자가 마음이 넓은 것처럼 보여도 어머니라는 여자의 몸에서 나오므로 그 마음의 폭 또한 여자 치마폭 정도 밖에 되지 않는다』며 『남자가 이기심만 버리면 부부간에 갈등은 없다』고 들려준다.
양씨도 신혼초에는 사소한 이기심 때문에 아내와 티격태격했지만 아내의 충고를 귀담아 듣기 시작하면서 부부싸움 하기가 힘들어졌다는 것.
양씨는 『남자 5형제의 막내라서 어릴 때부터 여성들을 좋아했고 대학생이 되면서 여성문제에도 눈을 떴다』고 페미니스트가 된 내력을 들려준다. 맞벌이하던 아내는 둘째를 낳고 잠시 쉬는 중이지만 『제대로 쉬도록 육아를 돕고 있다』고 양씨는 말한다.
정치학을 전공하고 정치에 몸담고 있는 그이지만 『법률을 제정하는 것 보다는 일상생활의 변화가 제일 시급한 문제』라고 지적한다. 탁아시설을 보강하고 교육문제를 함께 고민하는 것이 우선 필요하다고 역설한다.
이렇게 해도 딸들은 아쉬울 때면 엄마를 찾아 양씨는 『아빠 물 좀 줘』하는 말을 듣는 게 소망이다.<노향란 기자>노향란>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