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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가렛바지와 ‘떵팬티’/문혜성 섬유저널 실장(뉴욕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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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가렛바지와 ‘떵팬티’/문혜성 섬유저널 실장(뉴욕에서)

입력
1996.11.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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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모를 바꾸는 것과 같은 큰 결정을 내릴 때마다 작고 사소한 문제가 걸림돌로 작용한다. 모든 것이 제대로 아귀가 들어 맞았다고 만족할 때까지 이 작은 고민거리는 상당히 사람을 괴롭힌다.이번 가을 나에게 그 사소한 고민거리는 얄궂게도 팬티였다. 뉴욕은 지금 소위 시가렛바지(다리에 쪽 달라붙는 느낌의 폭 좁은 바지)가 거리를 휩쓸고 있다. 몸에 딱 달라붙는 바지의 느낌을 그대로 살리기 위해서는 엉덩이 부분도 꼭 맞게 입어야 되는데 안에 입은 팬티 선이 끝내 마음에 걸렸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찾은 맨하탄의 한 백화점 매장직원은 속옷매장을 가득 메우고 있는 「떵(Thong)」이라는 상품울 추천했다. 『떵?』. 어감부터 이상한 떵은 실물을 보는 순간 웃음부터 터져나오는 상품이었다. 물건을 매거나 채찍으로 쓰는 가죽끈이라는 뜻을 지니고 있는 떵은 손바닥만한 크기의 작은 팬티다. 일반 팬티와 다른 점은 뒷부분이 양쪽 엉덩이가 다 드러나도록 Y자 형을 이루고 있다는 점이다.

이름이나 생긴 모양새가 참 체신머리도 없다는 생각을 하면서 살펴본 떵은 도대체 편안해 보이질 않아 더 내키지 않았다. 더군다나 직장여성이 이런 걸 입는다? 자신의 사이즈를 찾기 위해 두리번거리는 40, 50대 미국여성들을 보면서 도대체 중년인 남편들이 어떻게 받아들이는지 물어보고 싶은 충동을 느꼈다.

그러나 직업상 유행에 목매고 사는 나는 결국 떵을 입어보기로 했다. 성공적으로 물건을 고르기 위해서는 입어봐야 한다는 소신 때문이었다. 그러나 마침내 내가 확인한 것은 그 떵이 겉보기 보다 나쁘지는 않다는 것이었다. 나중에 알게 된 일이지만 떵은 수년동안 미국여성들에게 아주 일상적인 속옷으로 자리잡은 품목 중 하나며 특히 지난 여름 시가렛바지가 유행을 하면서 가장 성공적인 판매를 거둔 상품이었다. 무릇 「백견이 불여일착」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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