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12와 5·18사건의 항소심재판부가 법정증언을 거부해 온 최규하 전 대통령을 강제구인하지 않고 대신 과태료 10만원을 부과키로 했다. 이로써 그가 증언해야 할 핵심대목은 영원한 미궁으로 역사속에 묻히게 된 것이다. 역사적 진실의 규명을 고대해 왔던 국민들로서는 아쉽기 이를데 없다. 최 전대통령은 증언거부가 과연 국가와 국민에 대한 책임있는 태도인지, 과태료의 함축이 무엇인지 깊이 생각해 봐야 할 것이다.근 8년간 계속돼 온 최 전대통령의 증언논쟁은 국민들을 분노케 했고 또 피곤하게 했다. 증언해야 할 핵심은 12·12사건 당시 정승화 육참총장 체포의 재가경위와 대통령직의 사임배경으로서 그는 1988년 국회 광주특별조사위를 비롯, 검찰과 1·2심재판의 증언 요구때마다 완강히 거부하여 눈길을 모아 왔다.
최 전대통령은 일관되게 거부이유를 내세웠다. 즉 「대통령재임중의 행위에 대해 해명하는 것은 후임대통령들에게 부담을 주고 헌정사에 나쁜 선례를 남기게 된다」는 것이다. 이는 어느 면에서 타당성이 있기는 하나 미궁과 불명으로 남겼을 때의 부작용과 곡해의 파장은 엄청난 것이다. 그는 특히 당시의 총리와 비서실장이 검찰과 1심재판서 사실상 자신에 관한 사항을 진술했다고 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제3자의 진술이다.
국민들은 진실을 직접 밝혀 주기를 기대하고 있는 것이다. 레이건 전 미 대통령이 이란 콘트라사건에 관해, 클린턴 대통령이 화이트워터사건에 관해 국민의 요구에 따라 비공개로 법정증언한 것은 훌륭한 참고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이번에 항소심 재판부가 강제구인을 포기한 것은 강제로 구인까지 하여 3명 전직대통령을 증인과 피고인으로 나란히 세우는 것이 국가적 모양새와도 직결되고 또 구인해 와도 함구할 경우 실익이 없다는 판단 때문인 듯하다. 대신 과태료 10만원 부과는 처벌이라기보다 증언거부가 잘못된 것임을 명시하려는 것이다. 재임중 국법의 준수를 역설했던 그로서는 스스로 국법규정을 어기는 불명예를 안은 셈이다.
최 전대통령은 「불동의 소신」으로 법적인 증언부담에서 벗어났다. 하지만 진실을 밝히지 않았으며 역사와 국민에게 「미궁과 의문」을 남긴 전직 대통령으로 기록된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 국가 경영을 맡았던 통치권자는 퇴임 후에도 국민에게 무한책임이 있는 것이다.
물론 최 전대통령은 훗날 회고록 또는 별도의 기록으로 진실을 밝힐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국민들은 동 사건에 대해 역사적 심판을 하는 지금 증언해 줄 것을 희망하고 있다.
마침 재판부가 11일 마지막 증언기회를 마련하고 제3의 장소에서, 비공개 증언까지 제시하고 있는만큼 이에 호응할 것을 거듭 권고한다. 우리는 최 전대통령이 매우 어려웠던 시기에 나라의 책임을 맡아 발생했던 불행한 일들을 증언한 뒤 국민의 존경받는 원로가 돼 주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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