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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삥땅’사회/정재룡 사회부 차장(앞과 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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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삥땅’사회/정재룡 사회부 차장(앞과 뒤)

입력
1996.11.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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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민정부가 들어서면서 개혁의 바람이 거셌다. 일부 정책의 개혁속도에 완급이 교차하기도 했으나 공직자에 대한 사정만은 부단히 계속돼 왔다. 그러나 최근 잇달아 터진 전 국방장관 이양호씨 비리와 서울 버스비리 등 두 사건은 그간의 변화를 한꺼번에 뒤집어 버릴 듯한 폭발력으로 우리에게 다가왔다.안내양들의 삥땅을 막기위해 알몸수색을 해 거센 비난을 샀던 시내버스 업주들이 최소한의 기업윤리마저 팽개친 채 스스로 「삥땅」을 했다. 이를 제대로 관리감독하지 않고 되레 그들로부터 뇌물을 받은 서울시 공무원들은 시민들의 재산과 편의를 삥땅했다. 한 나라의 국방장관으로 일개 무기중개상에게 끌려다닌 이씨는 진급을 삥땅하려다 급기야는 국민의 명예까지 삥땅했다.

이들 사건은 계속해 온 사정이 겉돌고 있음을 말하는 것이요, 개혁이 빛을 바랬음을 반증한다고 할 수 있다. 사정이 엄포에 그쳤는지, 일부의 반발에 흐지부지되거나 대상에 예외가 있었는지는 당국 스스로가 검증해야 할 사항이다.

또 대대적인 사정을 한다. 계속되는 사정의 일환인지, 집권 후반기의 권력누수를 막기위한 것인지는 중요하지 않다. 문제는 사정이 만사를 해결하는 도깨비 방망이가 아니라는 사실이다. 이는 계속된 사정의 결과가 고작 이번 사건들이냐는 자조가 잘 말해준다. 항상 그랬듯이 사정착수가 보도되면서 공직사회에 복지불동의 기미가 농후하다. 피해를 당하는 쪽은 국민이다.

먼저 원칙이 통하는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 부정은 원칙이 통하지 않는 틈새로 비집고 들어가 작은 흠집을 내고 나아가 사회전체에 지워지지 않는 큰 흉터를 남긴다. 공직자의 부정은 사회전반의 부정으로 확대재생산된다. 공직사회의 원칙 확립이 무엇보다 시급한 이유다. 이는 행정의 투명성이 확보될 때 가능하다. 밀실행정이 없어져야 하고 알권리가 충분히 보장돼야 한다.

양심을 저버린 「삥땅」이 사회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다. 『왜냐』는 물음의 답을 두 사건에서 찾아봄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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