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긴장고조 시점 북에 상당한 압력 작용김동진 국방장관과 러시아의 로디오노프 국방장관이 4일 한·러 군사협력 양해각서에 서명함으로써 양국은 본격적인 군사동반자관계로 접어들었다. 그동안 단편적으로 이루어져 온 군사협력을 제도화함으로써 새로운 틀을 갖추게 된 것이다. 특히 북한잠수함 침투사건 등으로 한반도의 긴장이 고조되는 상황에서 양해각서가 체결돼 북한에도 상당한 압력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한때 적국이었던 양국의 군사관계는 90년 국교가 맺어진 이후 급속히 진전돼 왔다. 91년 러시아와 한국에 상주무관부가 설치됐으며 고위급 군인사들의 상호방문과 파견교육이 활발하게 이루어졌다. 93년에는 양국 해군함정이 각각 블라디보스토크와 부산항에 번갈아 입항했으며 최근에는 경협상환조건으로 도입된 러시아제 탱크로 우리나라에 전차대대가 창설되기도 했다.
이번에 체결된 양해각서에는 군요원 및 부대훈련, 무기·장비의 운용과 수리요원의 교육, 군사통신, 기상, 군의학 등 양국 군사협력방법이 포괄적으로 명시돼 있어 양국군사교류는 도약의 발판이 마련된 셈이다.
양해각서 체결은 이같은 군사적 의미 외에도 김일성사망이후 한국과 러시아사이에 형성된 미묘한 기류를 전환시키는 하나의 전기가 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북·미 제네바합의와 4자회담 제의 등에서 소외감을 느낀 러시아는 한반도를 비롯한 동북아에서의 주도권을 잡기 위해 최근들어 눈에 띄게 북한을 의식하는 정책을 펴왔다.
우리측으로서는 이번 양해각서 체결을 계기로 양국관계를 정상화시키고 한반도의 긴장을 완화하는 주변여건을 만든 점이 큰 소득이다. 김장관이 이번 러시아방문에서 북·러 우호협력 및 상호원조조약 수정에 대한 우리측 입장을 전달하고 동북아 안정과 평화유지에 협력하기로 합의한 것도 한반도 긴장완화를 위한 것이었다.
그러나 러시아는 북한을 의식, 양해각서 체결의 의미를 대외적으로 축소하려는 움직임을 보여 실제로 한·러 군사협력관계가 눈에 띄게 진전되려면 상당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이번에 양국국방장관이 체결키로 예정돼 있던 방산기술·군수협력협정이 내년으로 미루어진 것도 러시아의 복잡한 사정이 반영된 결과로 해석할 수 있다.<모스크바=송용회 기자>모스크바=송용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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