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급한 당면과제로 부각된 사회간접자본(SOC) 문제와 관련해서 정부의 발상전환을 한번 권유해 보고 싶다. 당국자들은 민간자본을 유치하지 못하면 SOC사업을 하지 못한다는 생각을 하고 있는 것 같은데 우리가 보기에 그것은 잘못된 집착이다.국가 백년대계를 내다보고 건설해야 하는 도로 철도 항만 공항 등 사회간접자본 시설은 본질적으로 국가이익에 관련되는 공익적 사업이며 사적 영리추구나 이윤과는 조화를 이루기 어려운 사업이다. 이익이 안나더라도 길은 뚫어야 하는 것이며 그래서 그런 사업은 민간기업이 아니라 정부가 예산으로 하는 것이 원칙이다.
재원이 부족하면 적자재정을 하든지 채권을 발행해서 일단 사업을 하고 완공된 시설을 수익자 부담 원칙으로 운용해서 이용료 등으로 사업자금을 상환하는 것이 순리일 것이다.
다른 나라들도 대부분 그렇게들 하고 있다. 정부가 기채를 하거나 적자재정을 하는 것은 물론 부작용이 있지만 민자추진 방식은 더 복잡하고 큰 부작용이 있을 수 있다.
정부가 4일 SOC확충을 위한 민자유치활성화 대책을 확정, 민자기업의 현금차관 허용 대상을 확대키로 한 것은 이런 점에서 볼 때 문제가 있다.
이왕 돈을 꿔서 할 사업이라면 정부가 꿔서 하면 되지 무엇하러 싫다는 민간기업을 억지로 끌어들여 참여를 확대시키겠다는 것인지 이해하기 어렵다.
정부 기채와 적자재정이 전체 경제운용과 물가에 상당한 압박을 주겠지만 정부가 지금 하겠다는 민자방식은 부작용이 더 자극적일 수 있다.
현금차관에다가 한도외 대출에다가 사업이윤과 공사이윤을 따로 보장하고 개발이익 등 부수적 특혜까지 주겠다는 것은 통화관리상의 부담과 물가압박은 물론이고 이차수익과 이중의 이윤 보장, 개발이익 등에 따른 복잡한 특혜시비를 일으킬 수 있다.
국가차원에서 먼 앞날을 내다보고 건설해야 할 국가기간시설을 기업의 수익성 관점에서 건설하고 관리할 때 거기서 오는 부작용도 만만치 않을 것이다.
SOC 소요재원이 너무 방대하기 때문에 그 일부를 민간부문에서 조달해야겠다는 취지나 민간기업의 효율성을 공공부문에 도입해 보겠다는 의도는 이해될 수 있다. 그러나 SOC사업은 어디까지나 국가사업이며 정부가 주체가 돼서 일을 추진해야 한다는 원칙이 흔들려서는 안되겠다. 돈이 없다는 기업에 돈을 꿔주고 특혜를 줘가면서 무리하게 사업참여를 유도하는 것은 본말이 전도된 것이다.
재원조달을 위해 정부가 이번 대책에서 제시한 장기 SOC 채권 발행은 바람직한 방안이나 현실적으로 시장소화가 가능한 쪽으로 좀 더 조건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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