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시오노 나나미의 세 남자/카이사르·보르자·마키아벨리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시오노 나나미의 세 남자/카이사르·보르자·마키아벨리

입력
1996.11.04 00:00
0 0

◎23년동안 이방인 남자들과 이탈리아서 나눈 사랑이야기살아 움직인다. 사랑에 빠진다.

율리우스 카이사르, 체사레 보르자, 니콜로 마키아벨리.

시오노 나나미는 이탈리아 역사의 현장에 서서 세 남자를 불러낸다. 이들은 나나미와 함께 숨을 쉰다.

국내독서계를 강타하며 장기 베스트셀러 작가가 된 일본 여류작가 시오노 나나미(59)는 23년동안 이탈리아에 살면서 이 세명의 영혼들과 사랑에 빠졌다. 그 뜨거운 사랑은 「로마인 이야기」로 전해지고 「체사레 보르자, 혹은 우아한 냉혹」과 「나의 친구 마키아벨리」를 낳았다.

완벽한 인간, 역사의 승자이기 때문에 사랑하는 것은 아니다. 폼페이우스를 무찌르려 루비콘 강을 건너며 『주사위는 던져졌다』고 외친 카이사르는 천하의 바람둥이였다.

「군주론」의 모델 체사레 보르자는 남의 생각 따위는 개의치 않는 귀족주의자였다. 피렌체 출신인 마키아벨리는 초라하다. 거동은 경망하고 천재도 아니다. 「군주론」도 서기국에서 쫓겨난 그가 복직을 위해 써서 메디치가의 풋나기에게 바친 것이다.

이런 그들에게 나나미는 두가지 매력을 찾아냈다. 정치가, 사상가로서 예리하게 현실을 읽어내는 통찰력, 그리고 그것을 기록하는 빛나는 문장들이다. 이탈리아 역사에 매료된 작가 나나미에게 이 점은 곧 자신이 갖고 싶은 매력이기도 하다. 나나미는 이것들을 그 시대 또 다른 인물들의 입을 빌어, 때론 그들 자신의 독백으로 대신한다.

공화정의 틀이 거대해진 로마에 맞지 않아 제정시대를 연 카이사르에게는 논객 키케로가 있었다. 『카이사르는 균형 감각이 뛰어나고 무슨 일에나 관대하다. 인재라면 따지지 않고 등용한다. 진지함과 공정을 기하려는 태도. 그리고 현명한 처신에 경의를 아끼지 않는다』는 키케로의 편지.

마키아벨리는 체사레 보르자에게 군주의 풍모를 보았다. 이 요절 청년은 때를 놓치지 않고 국가를 위해 냉정하고 전략적인 통치를 했다. 마키아벨리 스스로도 수단이 옳다든가 그르다든가, 관대하다든가 잔혹하다든가 따위는 고려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기에 「군주론」은 탄생했다.

1,000페이지에 달하는 방대한 양으로 카이사르 이야기를 하면서 나나미는 틈만나면 그의 문장에 정신을 빼앗긴다.

「군주론」의 완성도 나나미에게는 작가의 탄생을 의미했다. 그는 군주론을 읽으며 현대 이탈리아 문호인 알베르토 모라비아의 「마키아벨리의 문장은 기발하고 논리적인 동시에 정열이 넘치고, 엄밀한 동시에 감흥이 향하는 대로 내맡기는 식」이란 말을 떠올렸다.

어느 시대건 위대한 정치가나 문장가는 많다. 나나미는 그중 이 세 사람을 선택했다. 그들은 몽상가나 언어의 유희자들은 아니었다. 변화하는 현실을 내다보는 눈을 가졌고, 타고난 언어 감각으로 역사를 살아나게 만들었다.

세사람은 새로운 눈을 갖고 시대와 역사를 읽어냈다. 로마인이 돼, 때론 르네상스시대의 이탈리아인으로 돌아가 그때의 향수를 노래하고 싶은 나나미. 그로서는 이들을 사랑할 수 밖에 없었을 것이다.<이대현 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